“수석교사는 다른 교사보다 먼저 그리고 많이 배우는 Chief Learner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경험을 어떻게 나눌 지부터 고민할래요. 나이가 어리다는 걱정은 그 다음이고요.”
올 3월부터 제2기 수석교사로 활약하는 김민영 제주북초 교사(영어전담). 교직 11년차, 34살로 295명의 수석교사 중 최연소 타이틀을 얻은 그는 ‘Chief Learner’로 올 1년을 보낼 계획이다. 영어교과 특성상 젊지만 수석이 될 기회가 주어진 만큼 지위를 따지기 보다는 동료교사들과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좋은 영어수업’을 찾아 나서겠다는 포부다.
지금까지 초등영어석사, 해외 한국학교 영어전담, 영어연구학교 근무, 해외 현장체험연수와 국제 영어교사 자격증인 CELTA 및 TESOL 자격 과정을 거치며 치열하게 영어와 씨름해 온 김 교사. 그런 이력으로 된 수석교사는 그에게 자신을 성장시킬 또 하나의 기회다.
“그 동안 얻은 다양한 이론과 경험을 교사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내가 더 많이 연구하고 배울 것 같다”며 수석교사 신청이유를 말한 그는 이번에는 동료 교사까지 함께 성장할 일에 부담보다는 의욕이 앞서는 욕심쟁이다.
영어교과 수석인 김 교사에게 급선무는 동료교사 연수. 제주형 자율학교라 주당영어시수가 4시간(1․2학년), 5시간(3․4․5․6학년)이나 돼 담임이 영어수업을 직접 하기 때문이다. 특히 3년차 이하 신규교원의 수업지원, 학급경영 지도가 1차 과제다. 설문을 통해 필요한 연수 프로그램과 자료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 원어민 교사들에게 수업방법 연수도 실시한다.
협동학습 적용 영어 수업 연구를 위해 교사들과 동아리를 조직하는 일, 인근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수업 장학과 컨설팅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이 모든 활동을 주당 18시간 수업을 하며 꾸려가야 한다. 원어민 교사 관리, 외국어 축제, 영어캠프 추진도 김 교사의 몫이다. 그는 “오전 수업과 오후 2시간 정도 수업연구를 하고 난 후에 수석교사로서 연수 자료나 강의를 준비하고 외부 수업컨설팅에 나서야 한다”며 “집에 일 가져가는 거야 다 각오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일이 우선인지라 모호한 위상은 나중에 걱정하기로 했다. 그는 “수석교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꼭 필요한 조건이 있겠지만 이제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위와 위상을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다”며 “우선 다른 동료 교사들이 영어수업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보다 나은 수업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데 의의를 두겠다”는 생각이다.
수석교사제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마음이다. “교사들이 수업에 관심을 갖고, 또 수업 잘하는 교사들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석교사제도의 정착이 매우 중요하다”는 김 교사는 “그런 점에서 관리직 승진과는 구별되는 교수직의 자격 분화와 차근차근 전문성을 쌓아 상위 단계로 나아가는 합리적인 절차와 선발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30대 수석교사’로서 그 가능성에 도전하는 그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을 가슴에 새겼다. “수석교사는 내가 피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동료 교사들이 피어나고, 결국에는 좋은 수업으로 학생들이 피어나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김 교사. “기본을 잃지 않도록 나 스스로 채찍질 하며 활동하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