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미래형 교육과정에 미래가 없다

2009.07.23 11:13:43

윤인경 한국교원대 교수

24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공청회를 열고 논란 끝에 마련한 미래형 교육과정 시안을 내놨다. 국제적 환경 변화와 국가 위상에 맞는 글로벌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교육과정 개편의 근거로 삼으며 6가지의 주요 개편내용을 제시했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모은 내용은 학생의 학습 부담 경감을 위한 ‘교과 축소’다. 현행 10개 기본교과에서 사회․도덕, 과학․실과, 음악․미술을 묶어 7개 교과군으로 축소해 학기당 이수교과목 수를 줄이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 방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자문회의가 앞으로 시도교육감 및 대학총장 간담회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 교과부에 제출할 계획이라니 몇 가지를 지적하려 한다.

첫째, 교육과정 개정의 역사성 결여다. 제시된 교육과정(안)의 편제는 그동안 제6차, 제7차 교육과정 등 교육과정 개정이 있을 때마다 총론 개정 팀에서 일부 교과를 축소하기 위해 수시로 내놨던 안들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현행 체제가 유지된 것은 각각 교과로서의 가치가 인정됐기 때문인데, 이 같은 역사성을 무시하고 다시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시기와 절차적 타당성의 결여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은 고시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고, 현재 국정과 검인정 모두 교과서 개발이 한창이다. 그런데 2011년부터 새 교육과정을 적용한다면 집필되고 있는 교과서에 투입된 인적, 경제적 투자는 어찌되는 것인가. 또한, 그간 교육과정 총론 개정은 1년 이상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각 교과와의 협의․조정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그런 원칙마저 무시한 채 진행돼 절차적 타당성을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자는 현재 교육과정은 수시개정 체제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개정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시개정의 전제는 교육과정을 현장에 적용한 후에 나타나는 문제 해결을 위한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한 학생이 서너번 바뀌는 교육과정에 의해 12년간의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면 그 누가 교육과정 개정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셋째, 총론과 각론간의 괴리다. 시안은 진로, 봉사 등 창의적 체험활동의 강화를 강조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이 같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교과는 초등 실과, 중등 기술․가정, 미술, 음악이다. 그러나 새 교육과정(안)에서는 이들 교과를 축소․조정하려는 모순을 스스로 범하고 있다.

넷째, 고교 다양화를 추구하는 정부 정책과의 불일치다. 이번 정부는 자율학교, 자립형 사립학교, 마이스터고 등 학교 특성에 따라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새 교육과정(안)은 주요 교과 중심의 닮은꼴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정부 정책과 역행하는 교육과정 획일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섯째,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서의 부적합성이다. 필자는 지금껏 주변에서 보통교육을 위한 도덕, 기술․가정, 음악, 미술 교과와 관련해 사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이러한 교과를 축소하는 것이 사교육비 경감대책이라니 어떤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새 교육과정(안)이 사교육을 부추길까 우려하고 있다는 점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차제에 현재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 교육과정 개정인지도 점검해야 한다. 과학, 외국어, 기술․가정, 음악 등 각 교과 수업이 교육의 본질과 특성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런 교육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가, 학급당 학생 수 등 교수․학습의 효율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인가 등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10차례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우리는 국가 문서의 개정에만 매달렸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학생들의 ‘미래’가 담겨져 있는 교육과정의 개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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