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경제학자 출신 정운찬 교수가 총리 내정자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경제총리라 하니 중국 역사상 최초의 경제이론가이자 일국의 재상으로 부국강병을 이뤘던 관중(管仲)이 떠오른다.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에 의하면, 관중은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자랑스러움과 욕됨을 분간한다.”고 여겨 경제적 기초가 윤리도덕보다 앞선다고 여겼다. 그는 제나라의 재상이 된 후 전국의 생산물을 유통시키고 나라의 재물을 늘려 부국강병을 이뤘는데, 그 실행원칙은 백성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제나라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천하의 패주(覇主)가 되어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이룰 수 있었다.
관중은 지혜가 있는 사람이었다. ‘한비자(韓非子)’에 의하면, 한번은 관중이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고 말았다. 그는 “늙은 말의 지혜를 쓰면 된다.”고 말하고는 즉시 늙은 말을 풀어주어 그 뒤를 따라갔다. 얼마 후에 과연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한다. 즉 늙은 말은 평생 전쟁터를 떠다닌 결과 자연히 길을 찾는 능력도 뛰어나게 발달되었다는 뜻인데, ‘늙은 말이 길을 안다.(老馬識道:노마식도)’란 곧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일도 잘하고 성과도 잘 낸다.’는 뜻이다. 관중은 나랏일을 하면서 이러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
새 총리는 대학총장을 지냈다고는 하지만 국정의 담당은 처음인 만큼 ‘老馬識道’의 심정으로 실무국정을 담당해본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문을 적극 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그 옛날 제나라가 이루었던 의미 있는 공적을 오늘 우리나라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나만의 순박한 생각일까? 아무튼 관중의 지혜를 그에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