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원희 회장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수능 성적 공개·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해 “교육전문가, 교원, 학부모 등이 참여한 교육협의체를 구성해 수능성적의 공개 범위, 방법, 절차에 대한 합의를 거쳐 법을 정비한 후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초등생의 지나친 시험부담을 덜기 위해 시도교육청 주관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며 초등 학력평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수능공개 문제=이 회장은 우선 교과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수능성적을 공개한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은 무책임한 수능성적 공개로 학교서열화, 고교등급제 부활을 우려하고 있다”며 “각 대학과 대교협은 입학전형에서 등급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방침부터 밝히고, 교과부는 선의의 피해 학생, 학교가 없도록 후속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 회장은 수능성적 공개는 교육적 고려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에 바탕해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교원, 학부모, 전문가, 언론, 정당 등이 참여한 ‘수능성적 공개 및 학력격자 해소를 위한 교육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수능성적 공개 범위, 방법, 절차를 논의하고 합의 내용을 법안에 담아 공개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성적 공개는 학력격차의 정확한 실태와 다양한 원인을 진단하고, 뒤처진 학생과 학교를 지원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는 만큼 실효성 있고 과학적인 정책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코 최근의 보도처럼 학력격차를 학교변인 만으로 몰고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학력격차는 교원의 인사정책에도 영향이 있으므로 “출신 모교 및 희망학교 장기간 근무제도 등과 같은 획기적인 전보제도 등 공립교원인사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 학력평가 문제=이 회장은 “학력평가는 학생의 학력 진단과 학습보정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이를 집단적으로 거부하기보다는 초등 0교시 수업, 방학 중 특별보충수업 등과 같은 부작용을 개선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초등 학력평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이 회장은 “현재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초 4~6학년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교과학습 진단평가는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시도교육청마다 평가척도 개발, 수준 설정이 다르고, 평가 결과의 다년간 비교가 불가능해 평가도구로서 타당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3일 치러진 초 6학년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도 “학급당 학생수와 교원의 업무과다 등 여건을 고려할 때, 현행처럼 국·영·수·사·과를 평가해 보정학습을 충실히 하기가 어렵다”며 “다른 교과 지식 습득의 기본이 되는 국어, 수학으로 평가과목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가시기도 현행처럼 10월이 아닌 7월로 앞당겨 6학년 2학기에 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보정학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고 폐지 문제=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외고 폐지론’에 대해서는 조건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외고가 폐지돼도 사교육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극단적 처방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수학, 과학 가중치 축소, 외국어 능력 및 내신 위주 선발 등 입학전형방법 개선, 외고 교육과정과 정합성이 떨어지는 특별전형 금지 및 특별전형 축소, 이공계 교차지원 제한 등 대입 정합성 제고 등의 개선책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며 “그런 후에도 순기능보다 폐해가 더 크다면 외고 폐지나 학교체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