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사교육 의존도 줄여

2010.02.22 13:11:12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

수능9등급제와 입학사정관제도 등 수능성적 이외의 요소를 중시한 입시전형으로 인해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입학사정관제가 오히려 사교육의 먹잇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2002 수능세대보다 사교육비 12만원 줄어
교과협의회 활성화된 학교 사교육 덜 받아

◇대입제도 변화와 사교육=19일 직업능력개발원이 주최한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대입제도 변화와 사교육'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세대들이 2002년 수능세대에 비해 사교육비를 덜 지출해 '수능 9등급제'와 ‘입학사정관제도’가 사교육의존도를 줄이는데 다소 긍정적인 역할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2004년도에 수능을 준비했던 고3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용이 33만 8500원인 반면, 2007년도에 수능을 준비했던 고3학생들의 사교육비용은 21만 8720원으로 12만 원 정도 줄었다. 사교육 참여시간의 경우 2004년 고3학생의 수학과 영어 시간은 2.57, 1.89시간에서 1.94, 1.66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논술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국어과목에 대한 참여시간은 1.3시간에서 1.6시간으로 오히려 늘었다.

단국대 이수정 교수는 “정부의 수능9등급제와 입학사정관제 도입 명문화가 사교육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입전형방식에서 수능시험경쟁을 완화하고 다양한 전형요소를 확대토록 하는 것이 사교육 참여도를 줄이는데 보다 유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학교교육특성과 사교육수요 관계=월평균 가구소득이 100만원 늘면 사교육비 지출은 월평균 2만 1000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평균 사교육비(24만 6000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가구소득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교육비 지출은 보호자의 학력이 높을수록 컸다. 전문대졸 이상 학부모와 중졸 이하 학부모를 비교한 결과 동일한 소득을 냈을 경우 전문대졸 학부모가 월평균 4만 2000원을 더 지출했다. 대졸 이상 학부모는 중졸 이하 학부모에 비해 8만 6000원을 추가 지출했다. 또 대도시지역의 학부모들이 읍면도서벽지지역보다 월평균 9만원 정도 더 많이 지출했다.

기간제 교사비율도 사교육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간제 교사 비율이 10% 늘어날 때마다 해당학교 학부모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만 9000원 늘었다. 이는 월평균 사교육비의 1/6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교사들의 교과협의회가 활성화된 학교일수록 월평균 2만원 정도 사교육비 지출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경오 조선대 교수는 “기간제교사비율과 사교육비, 사교육시간은 연구결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교과협의회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을 보면 교사들의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일수록 사교육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언어·수리영역에만 사교육 긍정적
외고 우수성적, 사실상 ‘선발효과’

◇수능성적으로 바라본 사교육의 효과
=2005학년도 수능시험을 치른 고3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았을 경우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의 백분위 점수가 3.6∼3.7%가량 높지만 외국어 영역은 5.25%가량 성적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등급도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은 각각 0.176등급, 0.173등급 낮게 나와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외국어영역은 0.348등급이 높게 나와 부정적 효과를 보였다.

지난 2004년 중학 3년생, 일반계고 3년생, 전문계고 3년생 각각 2000명씩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 1년 주기로 추적 조사한 서강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고영우 씨는 “고3과 중3 모두 사교육에 참여한 경우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은 긍정적이지만 외국어영역에서는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며 “외국어의 경우 과도한 사교육으로 의존도가 높아져 학업 성취도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유추된다”고 말했다.

◇특수목적고 학교 효과 분석=외고에 진학한 학생과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의 언어영역 편차는 거의 없고 수리·외국어영역의 차이도 절반가량이 우등생을 뽑아 결과를 낸 ‘선발효과’라는 진단이 나왔다.

논문에 따르면 외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영역별로 2.117등급에서 2.458등급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외고학생들과 중학교 때 우수한 성적을 냈던 일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교했을 때 1.673∼2.163등급가량 앞서 격차가 줄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가정 경제력 등 다양한 조건 차이를 분석한 경우 언어영역은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수리영역에서는 차이가 42.98% 줄었으며 외국어 영역은 80.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박소영 숙명여대 교수는 “언어영역의 경우 외고에 진학해도 실력 차이가 거의 없었다”며 “수리영역과 외국어영역의 경우도 우수한 성적의 절반 정도는 사실상 중학교 때 성적 우수 학생을 선발한 '선발효과'라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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