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교육비리 척결의 선행조건

2010.03.17 16:09:51

교육 비리 척결이 교육계 自淨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제자들에게 혼신의 열정을 쏟고 있는 참 스승의 사기를 꺽으면 안된다.

최근 교육계가 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전문직 비리로부터 촉발한 이번 사태는 인사 비리, 성적 조작, 금품 수수 등 백화점식 부정과 비리로 확대돼 교육자로 하여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비도덕적 치부가 노출됐다.

결국 교육계 비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을 자신이 직접 챙기겠으며, ‘교육 비리’를 ‘토착 비리’, ‘권력형 비리’ 등과 함께 3대 비리로 규정하고 향후 대대적인 사정(司正)을 통한 고질적 비리 구조 척결 관련 대국민 선언을 했다. 이어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 비리 근절 TF’를 조직했고, 비리를 감찰할 감사관에 현직 부장 검사를 임명했다. 따라서 향후 검찰, 경찰, 감사원, 행정안전부 등 감찰 기관의 강도 높은 전방위적 감찰과 수사가 예견되고 있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점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교육만큼 위정자들이 정책적으로 강조하고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한 분야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모든 국가의 통치자들은 한결같이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국가 번영의 핵심인 교육에 정책의 1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점을 전제하고, 이번 정부의 대대적인 교육 비리 감찰 및 척결 대책과 관련해 우선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과 혁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첫째, 교육감 선거제도 혁신과 권한 조정이 필요하다. 우선 한 번 선거에 수 십억원씩 소요되는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애초부터 부정과 비리가 야기될 소지가 다분한 제도를 개편해 적어도 교육계 선거는 돈 안 드는 완전한 선거공영제가 돼야 한다. 또한 무소불위인 교육감의 인사권과 재정권을 재조정해야 한다. ‘교육소통령’으로 불리며, 전반적인 교원 인사권과 더불어 교육에 대한 재정권을 행사하는 현재의 교육감 권한의 조정과 이양, 축소가 필수적이다. 나아가 법률 개정을 통해 시·도 교육청을 교육정책 중심 기관으로 재편하고, 산하 지역교육청은 학교 지원 서비스 기관화 하는 등 기능 재정립도 고려해야 하겠다.

둘째, 교육전문직 선발과 임용 및 전직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현행 교육전문직 공개 전형 선발제도는 각 시·도교육청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열린 인사 제도 중 하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육전문직 선발 과정에 금품이 오가고 지연, 학연 등이 작용해 불신과 지탄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전국 단위 문제은행 개설, 선발 방법 공동 관리, 선발의 국가기관·민간기관 위탁 등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발제도로의 혁신이 요구된다. 단지 근무지의 단기 순환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아울러 교육전문직이 교원의 상위자격 취득의 지름길로 악용되는 현행 전직 제도의 문제점도 과감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장 임용제도의 개혁과 권한의 조정이 요구되고 있다. 현행 교원의 승진제도 하에서는 교단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이 돼야만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장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선생님’ ‘수업을 잘 하는 선생님’들이 보다 빨리 승진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고, 요행수나 비리를 원천적으로 배제시켜야 한다.

끝으로 교육 바로 세우기 운동, 교원의 권위 회복 운동 등이 거국적·전국민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제도 개선보다 사람의 사고 전환이 우선이다. 교육이 무너지고, 교원의 권위가 사라진 학교가 제 구실을 할 수는 없다. 부정과 비리를 바탕으로 당선돼 ‘인사탕평책’을 도외시한 채, 직책을 전리품화해 논공행상을 저지르는 정치판식 모리배인 교육감이 국민의 신뢰를 받겠는가. 또 인사 부정과 비리로 승진해 방과후 학교 강사, 돌봄 교실 강사, 기간제 교사, 거래처 업자 등으로부터 정당치 못한 금품수수를 일삼는 교장이 CEO로서 칭송받을 수 있겠는가. 촌지를 받고 제자들을 편애하는 교사들이 참 스승으로 존경받겠는가. 흔들리는 교육, 사라진 교원의 권위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특효약은 국민의 관심과 사랑뿐이다.

자고로 ‘비가 온 후에는 땅이 굳는다’고 했다. 이번 정부의 교육 비리 척결이 교육계 자정(自淨)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옥동자를 낳기 위한 또 하나의 산고이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 된다. 어떠한 경우라도 전국 방방곡곡의 그늘진 곳에서 제자들에게 혼신의 사랑과 열정을 쏟고 있는 무명 교사인 참 스승들의 사기를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비리 척결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교육은 사회를 썩지 않게 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교육 비리 척결과 자정 운동은 정권적, 한시적이어서는 안 된다. 항상 교육과 교육자는 스스로 정수기 필터처럼 맑고 깨끗해지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