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 된 교육․보육과정 중 만5세에 한해 ‘공통과정’을 도입하고 모든 만5세아에 월 20만원의 교육·보육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교육계는 “유아 공교육화의 첫발”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유아교육과 보육을 여전히 분리한 채, 지원만 조금 늘린 반쪽짜리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주요내용
내년부터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는 만5세아에 대해서는 소득에 관계없이 월 20만원의 교육·보육비가 지원된다. 2013년에는 22만원, 2014년 24만원, 2015년 27만원, 2016년에는 월 30만원으로 지원금이 늘어난다. 실비의 3분의 2수준으로 나머지는 학부모 부담이다.
학부모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바우처로 지급하며 영어유치원은 사설학원이므로 지원 대상이 아니다. 만3~4세는 현재처럼 소득하위 70%에 대해서만 지원된다.
만5세 지원확대로 2012년부터 매년 8000억원~1조 1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 전액 시도교육청이 집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충당한다.
이들 만5세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공통과정이 도입된다. 유치원교육과정과 표준보육과정으로 달리 운영되던 것을 만5세에 한해 공통과정으로 재구성해 8월 고시할 계획이다. 공통과정이 운영되지만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유치원·어린이집에 꼭 보낼 필요는 없다. 다만 이 경우, 지원금은 없다. 만5세 공통과정은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 1·2급 자격소지자가 맡으며, 1․2급이 없는 어린이집은 일정기간 3급에게 맡기기로 했다.
▲문제점
만3~5세 아동에 대한 교육․보육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과부와 보건복지부,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으로 철저히 분리된 상황에서 ‘만5세 공통과정’만 도입하는 것이 가장 큰 한계다.
유아교육계는 “동일 연령의 아동을 두 정부 기관과 그 관할 하에 있는 유치원, 어린이집이 경쟁적으로 양분하면서 교육의 시작점부터 유아들이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0~2세와 두뇌발달이 다른 차원인 만3~5세의 경우, 높은 수준의 자격을 갖춘 교사와 적합한 프로그램, 이에 걸맞은 시설환경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영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멜휘시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1명의 유아에게 2500파운드(약 490만원)를 지원해 질 높은 유아교육을 1주일에 15시간 이상 제공할 경우, 훗날 극빈층 부모 수입이 6.8배인 1만 7000파운드(약 3330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영국정부는 교육과학성 소관으로 유아학교를 도입해 공교육화 하고 있다.
OECD 선진국 대부분도 만3~5세 유아에 대한 무상 공교육체제를 교육부가 주관해 유아학교 또는 유치원 학제로 일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도 2006년을 전후해 영유아 업무를 교육관할 부처가 맡고 있다.
이런 이원화 체제에서 공통과정을 맡은 보육교사에 대한 질 관리도 문제다. 적어도 6000~7000명에 달하는 만5세 담당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공통과정 연수를 올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교직 이수 계획은 발표도 안 됐다. 또 2년마다 시행하는 유치원 평가도 어려운 상황에서 누가 그 많은 어린이집을 체계적으로 장학할 수 있느냐도 난제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성명에서 “1년 교육을 받은 보육교사(3급)들이 교육을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교육계 입장
한국유아교육협회,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 22개 단체모임인 유아교육대표자연대는 3일 낸 성명에서 “만5세 공통과정을 도입하려면 우선 교원 양성과 자격제도를 일원화하고 소관 부처를 교과부로 통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경(서원대 유아교육과 교수) 의장은 “최근 OECD에서도 통합을 권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공통과정에 대한 철저한 장학지도를 위해서는 180개 교육지원청에 유아교육과를 설치하고 장학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은 2일 입장을 내고 “만5세에 대한 투자가 자칫 만3, 4세 교육에 주름살이 돼 서는 안 된다”며 “교과부는 유보통합 등 제도적 정비와 예산 확보를 통해 만3~5세 공교육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아교육계는 만3~5세 무상교육이 저출산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출산율이 1.5, 수준이던 스웨덴은 1996년부터 교육부 주관으로 0~만6세 무상교육을 전면실시하면서 출산율을 1.85로 끌어올렸다. 노르웨이도 2006년부터 만5세 이하 전면 무상교육을 하면서 출산율이 1.90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교육계는 만3~5세 유아에게 하루 3, 4시간의 무상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유아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