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경기도에 잇따른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도교육청의 비상식적인 대처로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지난 3월말 남양주시 A고교에서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학생에게 5초 동안 엎드려뻗쳐를 시켰다는 이유로 5월 도교육청은 해당 교사에게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다른 학생의 휴대전화를 뺏어 수업시간에 영상통화를 한 B학생에 대해, 수업 후 교사가 지도 및 훈계하는 과정에서 엎드리게 하고, 목과 머리 사이를 누르고, 볼을 잡은 것이다. 이후 B학생의 학부모가 ‘아이가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지역 신문에 제보를 했으며, 도교육청징계위원회가 조사 후 교사에게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면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에 해당교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불문경고 취소 처분 소청을 냈다.
사건이 보도되자 한국교총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교사의 교육열정을 빼앗는 ‘부당징계’로 학생인권조례의 ‘희생양’이 됐다”고 도교육청을 강력히 규탄하고, “해당교사의 교권 회복을 위해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3일엔 도교육청을 방문,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교총은 서한에서 “해당교사가 사회통념을 벗어나지 않은 정당한 지도행위를 한 것을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한 것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며 “도교육감의 공식 사과와 함께 해당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와 재방 방지 약속, 상위법령인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준수 및 학생인권조례 폐지, 실질적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지난달 10일 파주의 한 고교에서는 교내 흡연을 적발당한 학생이 자신을 훈계하던 교사에게 ‘법대로 하라’며 가슴을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은 ‘권고 전학’ 처분을 받았으며 도교육청은 “학생 개인의 심성 문제일 뿐 교권침해 사례는 아니다”고 밝혔다.
교권침해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도교육청 자유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학생 전용 게시판에는 “선생님들께서 뭐라 하면 콧방귀를 뀌며 ‘그래봤자 신고하면 되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잘못한 아이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한 학부모는 “죄를 저지르고, 그 죄에 대한 처벌을 한 교사가 되레 처벌을 받는다”며 “그놈의 인권 지겨워 죽겠습니다”는 내용을 게재했으며, 교직원 게시판에는 “체벌을 반대하는 분이 체벌을 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은 교총이 22~23일 교원을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응답자 4077명 중 ‘불문경고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무려 99%(4036명)에 달했다. 징계조치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및 교원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제약’ 61%, ‘상위법 우선 원칙을 무시한 교육감의 과도한 권한행사’ 29.5%, ‘엎드려뻗치기는 시행령과 학칙이 허용하는 간접체벌’ 8.1% 순으로 대답했다.
특히 96.6%가 ‘학생조례 및 체벌금지 이후 수업 및 생활지도 과정에서 문제 학생에 대한 회피 및 무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대답해 앞으로 교권침해 사례가 더욱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해당조례를 폐지 혹은 개정해야 한다’(45.6%), ‘교과부가 시·도교육청에 강력한 행정지도권을 발휘해야 한다’(28.6%), ‘학칙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25.3%)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도교육청 자체 감사 결과, 해당교사 및 함께 벌을 받은 학생의 진술이 일치됨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이 앞장서 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언론을 통해 ‘교사가 학생 뺨을 때렸다더라’는 식으로 오히려 ‘진실공방의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개탄하고 “무너진 학교질서와 교사의 열정이 사라진 교실, 정당한 교권마저 추락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이뤄질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