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집단 괴롭힘(왕따) 등 학교 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인권침해 요소까지 담긴 강력한 처벌법을 제정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프레데리카 윌슨(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10일(현지시간) 마이애미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일명 `국가왕따방지법'을 올초 의회에 제출키로 하고 현재 연방 법무부 측과 법안 내용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동료 학우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힌 가해 학생을 중범죄자로 다스리는 한편 왕따와 신고식 등 각종 유형의 학교 폭력 행위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거나 심지어 이를 말리지 않는 사람도 처벌을 받도록 했다.
특히 불고지죄 적용 대상에는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나 관망자가 가해 학생의 보복이 두려워 불의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법의 처벌이 무서워 폭력을 신고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윌슨 의원은 "집단 괴롬힘 현장에 같이 있었다면 때린 자나 단순 참여자나 죄가 같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왕따 근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플로리다농공대(FAMU) 마칭밴드부에서 드러머로 활동하던 로버트 챔피언(26)이 선배들로부터 왕따와 구타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경찰은 버스 안에서 호흡곤란 증세로 숨진 챔피언의 사인을 집단 구타로 규정했으나 현장에 있던 학생들 모두 "아무 일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면서 검찰이 기소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챔피언의 부모는 이날 일부 언론에 아들이 동성애자라서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왕따 가해자를 국가 차원에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의 구타 사망 사고가 발생한 플로리다주는 2001년 마이애미대 신입생이 신고식 도중 캠퍼스 호수에 빠져 숨진 사건을 계기로 집단 괴롭힘으로 중상을 입힌 가해자들을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윌슨 의원이 추진 중인 왕따방지법 조항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양형 기준은 플로리다 주법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학교폭력 추방에 애써온 윌슨 의원은 "가해 학생은 스스로를 무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그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