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모빙 수업 후 왕따 절반으로 줄어

2012.01.16 09:14:07

최근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왕따’로 사고가 자주 일어나면서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교육계는 자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야 호들갑을 떨며 심각성을 이야기 한다. 사실 왕따 문제는 아이들 주변에 항상 있어왔지만 어른들이 가볍게 여기며 방치했기 때문에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왕따는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학교문제는 아니다. 지금의 어른 세대가 어릴 때도 그랬고 그보다 더 오래된 옛날부터 존재 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와 가정교육의 부재, 정신적으로 예민해진 청소년 사이에서 그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 학교에서는 1주일에 50만 건의 ‘모빙(Mobbing․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심리적 형태의 동료 억압)’이라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왕따 현상을 의미한다. 학생 6명 중 한 명이 모빙을 경험한 것이다. 이렇게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독일 사회가 모빙을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일은 왕따 문제를 대단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사소한 모빙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교장실이 발칵 뒤집히고 교사회의가 소집될 정도다.

특히 최근엔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모빙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은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해 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린다. 독일은 모빙의 심각성에 대해 학교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모빙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학교현장에서는 꾸준히 해결책을 찾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모빙을 단순한 왕따라는 의미로 가볍게 이야기 하지 않고 ‘모빙테러’란 말까지 사용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를린 자유대학 교육연구팀은 ‘페어플레이’란 이름의 안티모빙 수업 콘셉트를 만들어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프로젝트주간을 정해 이뤄지는 이 프로그램은 일주일 동안 총 17시간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모빙에 대한 구체적인 진실을 알려주고 심각성을 주지시킨다. 수업 내용은 사회성을 기르는 훈련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면서 도덕성이 필요한 이유 등에 관한 주제를 상황극으로 체험해 본다. 또한 다양한 발표를 통해 모빙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에 따른 공포감과 우려, 스스로 경험한 왕따에 대한 기억을 털어 놓으며 함께 해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 수업은 왕따를 당해보거나 가해자로서의 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들도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베를린 대학 연구팀은 이에 대해 “왕따의 희생자나 가해자가 아니라도 그러한 상황을 목격하고도 문제 삼지 않고 침묵하는 행위는 사전에 막을 수도 있는 사고를 방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티모빙 프로젝트 주간 수업은 현재 베를린 지역의 7학년부터 9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돼 큰 성과를 거뒀다. 수업을 받기 전에 모빙을 경험한 학생은 24%였으나 수업 후에는 12%로 줄었다. 또한 가해자도 24%에서 19%로 감소했다.

무엇보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거칠게 감정을 표현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교육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베를린 시범학교에서 성공을 거둔 안티모빙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독일 전역에 보급될 예정이다.

얼마 전, 브레멘의 잔드웨넨 학교에서는 ‘모빙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안티모빙 프로젝트 주간에 들어갔다. 브레멘 교사들은 주교육연구소에서 안티모빙 연수를 받고 수업을 주관한다. 헤센 주는 주 문화부와 건강보험사가 연합해서 ‘왕따 없는 학교’란 슬로건으로 현장교육을 시작했다. 헤센주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1000여 개의 안티모빙에 관한 교사수업자료와 학부모 정보지 등을 제작, 배포했다. 이밖에도 4년 전에 이미 12개 학교를 시작으로 안티모빙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함부르크 주도 좋은 모범사례다.

◆모빙이란 ‘집단에서 제외시키다’, ‘이간질 하다’, ‘심리적 테러’ 등의 뉘앙스를 풍기는 영단어로 우리말로 옮기자면 ‘왕따’에 가까운 뜻. 직장에서의 정신적 테러를 가리키는 용어에서 시작됐다.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심리적 형태의 동료억압인 모빙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스트레스의 극단적 형태를 뜻하는 전문용어이다.
 
박성숙 ‘꼴찌도 행복한 교실, 독일교육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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