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개막전이 열린 건대부고 운동장에는 29명의 가락고 선수들보다 더 바쁜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서울 가락고 여자 축구팀 ‘발모아’의 이정미(42·체육·
사진) 지도교사다. 그는 “서로 말을 많이 해야지. 실수해도 잘했다고 격려하고 잘했을 때는 더 칭찬해주자 알았지?”하고 팀을 독려하는 가하면 어느새 학생 한명 한명의 컨디션을 확인하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직접 선크림과 연고를 들고 다니며 일일이 발라줄 정도로 학생들에게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여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쏟아낼 곳이 거의 없어요. 축구를 과격한 운동이라고 하지만 오른발, 왼발, 상·하체를 함께 쓰는 전신운동인데다 팀워크가 중요해 여학생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운동이죠. 여자축구팀은 7개 팀 뿐인데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대학시절 축구의 매력에 빠진 이 교사는 송파구 여성축구단의 주전 미드필더이자 13년 차 아마추어 축구선수다. 지난해 5월 학교스포츠클럽으로 가락고에 발모아를 만들어 4개월 만에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우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운동하는 학생들은 공부도 못하고 학교생활에도 관심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 아이들은 그런 선입견을 깼어요. 좋아서 축구를 하는 만큼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자발적으로 교칙을 잘 지키는 등 인성교육 효과도 거두고 있죠. 또 체력도 좋아지고 성적도 올랐습니다. 발모아팀 학생들끼리 모여 스스로 공부하고 스포츠 영자 신문을 만들만큼 열성적이에요. 오히려 학교 선생님들이 이제는 발모아 팀이라고 하면 ‘무엇이든 열심히, 최고로 잘하는 아이’로 봐주실 정도죠.”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이 아닌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인 것도 발모아팀의 특징이다. 직접 선수로 뛰지 않아도 축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 학생들은 발모아팀과 함께 활동하며 자신의 희망에 따라 홍보팀, 응원팀 등의 임무를 맡는다.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배우고 즐길 수 있는 학교스포츠클럽대회가 생겨서 좋습니다. 학교의 체육·스포츠가 운동을 잘하는 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주말과 방과 후에 운동하는 학생들로, 구경 온 가족들로 가득 차는 운동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