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포스코 청암교육상을 수상한 곽종문(53·
사진) 한겨레중고 교장. 오랜 기간 야학, 대안교육, 탈북청소년 교육에 헌신해 온 그는 최근 또다시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다문화학교다. 새터민 학생들의 사회 적응 교육을 하는 한겨레중고처럼 다문화학생들을 위한 학교 설립을 구상 중이다. 청암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 2억 원도 이 학교 설립을 위한 자금으로 쓸 예정.
“현재 다문화학교는 다문화학생들만을 모아 따로 학교교육을 시키는 방식이어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다문화학교는 한겨레중고처럼 전환기 교육으로,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인으로 잘살아가도록 돕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그래야 실제적으로 효과가 크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라오스에 학교를 세우는 일에도 열정을 바치고 있다. 한국이 여러 나라의 원조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듯이, 이제는 다른 나라에 교육 원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겨레중고를 위해서도 더 큰 목표를 세웠다. 바로 한겨레중고가 통일 이후 학교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먼 훗날의 일이어서 자신이 학교를 떠나도 지금처럼 학교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곽 교장이 이렇게 교육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의 영향이 크다. 초등 5학년 때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 생활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는 주변의 작은 도움 하나가 자신에게는 천군만마(千軍萬馬)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런 경험은 곽 교장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
“야학을 세우기 위해 발로 뛰고 있을 때 어떤 분이 저를 믿고 전 재산인 시골집을 팔아 ‘못 갚을 줄 알면서도 빌려준다. 좋은 일에 쓰라’며 주셨죠. 그분이 저에게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방학만이라도 농촌 아이들을 돕자고 나선 일이 야학으로, 전주 소년원 학생들의 검정고시 지도로 이어져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됐다. 1986년 폐교 위기에 있던 대안학교 영산성지학교를 무보수로 일하며 일으켰고 1998년 우리나라 최초의 특성화 대안학교인 영산성지고를 세웠다. 2002년 최초의 대안중학교인 성지송학중을, 2006년에는 한겨레중·고를 설립했다. 한겨레중고는 42%에 불과하던 새터민 청소년 국내 적응률을 98%로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미국무부 초청 유학생 선발에서도 10명 중 8명이 한겨레중고 학생일 만큼 실력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소중합니다. 그 소중한 사람들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는 환경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그들이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 저는 무엇보다 보람있습니다. 제 작은 도움으로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죠. 가르친다는 것은 반대로 강렬한 배움이에요. 저는 아직도 열심히 배우는 중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