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부리고도 절대 인정 않는 아이들
학부모 아이편만, 불손한 태도 타이르며
화 참느라 이 악물어 잇몸 뭉개질 정도”
“오산의 학교폭력 담당교사 자살 이야기를 듣고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공감돼 가슴이 아팠다. 나 역시 퇴근하며 ‘오늘 하루가 무사히 갔구나’ 생각이 들면 그제야 안도하게 되는 학생생활지도부장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4년째 학생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는 이기원(43) 부산공고 교사는 7시30분에 출근해 8시가 넘어야 학교를 나선다. 꼬박 12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말썽부리는 아이들과 씨름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간다. 최근에는 학생지도로 골머리를 앓는 교사가 크게 늘어 교사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해주는 일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활지도부장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위원이어서 참석해야 하는 회의도 많다. 학교폭력 등 모든 학교 내 갈등이 법에 의해 처리되고,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만큼 미리 관련법을 확인하고 알아둬야 할 것도 많다.
이 교사는 “생활지도부장 일은 부담이 커 외줄을 타는 심정”이라며 “과도한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일도 있는데 부산에서도 내가 아는 것만 3명이나 된다”고 했다. 그 역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말썽을 부리고도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학부모는 아이 편만 들고, 체벌도 할 수가 없으니 불손한 태도의 아이들을 말로 타이르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화를 참아내느라 자꾸 이를 악물어 잇몸이 뭉개질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부산 中 학교폭력 책임교사 10시간 수업 감축
‘교내 대안교실’ 운영으로 발생률 50%로 줄어
하지만 올해부터는 여건이 갖춰져 한결 나아졌다. 부산시교육청(교육감 임혜경)이 지난 4월 169개 모든 중학교에 배치된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수업시수를 주당 10시간으로 단축하고 보조교사 채용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를 전국에서 처음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사안 처리하기도 바쁘다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한 시간씩 길게,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지도할 시간이 생기니 예방적 접근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관으로 특별교육을 보내지 않고 학교 내 대안교실에서 고위험군 학생들을 밀착 지도할 수 있게 된 것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부산시교육청은 수업시수감축, 학교 내 대안교실 운영으로 3월 대비 학교폭력 발생률이 50%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교사는 생활지도부장과 학교폭력 책임교사들을 위한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이 서로 안하려고 해 매년 학생생활지도부장이 바뀌고,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없어 사안 처리가 미숙해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생활지도 전담교사를 양성해 학교폭력·교권침해 발생 학교에 우선 배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 학생을 강제전학 시키려고 해도 받아줄 학교가 없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지도하다가도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 전화를 받으면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회의가 들기도 한다는 이 교사는 힘든데 왜 4년씩이나 생활지도부장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생활지도부장 업무를 한 이래 제가 맡은 아이들을 단 한 명도 퇴학시킨 일이 없어요. 자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학생도, 다 싫으니 퇴학시켜달라던 학생도, 금품갈취·절도로 속을 썩이던 학생도 무사히 3학년이 돼 취업해 저를 찾아와요. 그 보람은 말로 다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