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홍익학원이 서울시교육청의 횡령혐의 검찰 수사 의뢰에 대해 ‘보도자료 정정 및 수사 의뢰 철회’(9월28일)를 요청하고 8일 법인 대표단이 감사관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시교육청이 “일부 억울한 부분이 인정된다”며 과도한 조치였음을 시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홍익학원은 수사 의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건의 발단은 시교육청이 지난달 25일 ‘홍익학원 131억 횡령’이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한 것. 시교육청은 “홍익학원 산하 학교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8개 학교가 교비 회계에서 131억 원을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불법 전출·적립해 학교법인의 기본재산 형성(교사 신·개축) 등에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사장을 비롯한 법인 산하 8개 학교의 전·현직 교장과 행정실장 등 25명을 횡령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는 홍익학원이 홍대부초, 홍대부여중, 홍대부여고 3개교를 마포구 상수동에서 성산동으로 이전·신축하고, 1968년 건축돼 2000년 재난 위험시설로 지정된(정밀안전진단 D급 판정) 경성중·고를 개축하면서 사용한 건축적립금에 있다.
홍익학원 관계자는 “사립학교 건축적립금 규제는 시교육청이 2007년 12월 ‘사립학교 재정결함 지원금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생겼고, 2009년부터 적립금 허용기준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며 “그러나 3개 학교 신축과 경성중·고 개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어서 행사비 등 학교운영비를 줄여 자구 노력으로 적립해 온 것을 교육청이 인정했고, 교육과학기술부도 이러한 사항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곽노현 교육감 취임 이후 사립학교법이 정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지난해 감사를 통해 ‘기관경고’ 행정처분을 받았다”면서 “초과 적립금 14억 원을 환수하기로 결정돼 이미 종결된 사항인데 이제 와서 횡령혐의로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적립금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교육청 입장에 대해서도 “매년 결산서를 통해 보고했고, 3개교에 대한 학교 이전 신청과 교사 개축에 관한 투융자심사도 교육청 승인을 받아 진행했다”며 “교육청이 몰랐다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관실 최경호 서기관은 “홍익학원뿐 아니라 다른 사립학교에서도 오랜 시간 조직적으로 적립금을 축적해온 사례가 있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희생양’으로 삼은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미 행정처분을 내린 사항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에 대해서는 “위법 사항에 대해 가벼운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신들이 한 감사 결과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해 다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시교육청은 홍익학원이 재심의 요청을 하면 정당성이 인정되는 부분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의뢰 철회는 어려우며, 검찰이 고려할 사항이 있다면 별도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학원의 한 교장은 “건축적립금으로 교사를 신·개축한 것이 어떻게 횡령이냐”면서 “이번 일로 홍익학원이 큰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매도돼 고통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교육자로서 명예회복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홍익학원은 24일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를 신청하고, 이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