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는 ‘돕는 사람’
인식‧여건 만들어줘야
“수업 컨설팅도 중요하지만, 신임 교사들이 정작 어려워하는 건 상담이에요.”
김덕희(58·사진) 서울 광희중 수석교사는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중에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대처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면서 “전문성과 경험을 나눠줘 모든 교사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수석교사의 취지인 만큼 상담경험을 나눠주는 것도 수석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집단따돌림 사건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협력 상담을 하게 되면 가·피해학생들을 동시에 상담하거나 개별상담과 집단상담을 병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입장이 다른 양측 학부모도 부딪히지 않게 각자 역할을 맡아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 한 명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은 교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복잡한 사안을 혼자 대처하다 보면 능력이 있어도 시간이 부족해서 넘어가게 되는 부분이 생긴다”며 “결국 일시적인 상황은 해결되지만 아이들 마음 속 상처는 치유되지 않아 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 상담은 빠른 조치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신임 교사를 위한 컨설팅이 된다. 관찰할 사항, 조치할 내용, 지도 방법 등을 다 알려주면서 협력 상담을 진행하는 김 교사는 “같이 상담을 하고 나면 신임 교사가 한 번의 경험으로 수석교사가 몇 십 년 동안 쌓은 노하우를 다 배울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수석교사들이 다 상담전문가일 수는 없다”면서 “담임교사가 대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문제를 재빨리 파악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했다. 직접 상담을 함께 하지 않더라도 생활지도 사안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적절한 대처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상담 외에 멘토링도 적극적으로 하는 김 교사는 “신임 교사들과 유대관계를 쌓아 자발적 컨설팅이 이뤄지는 데 한 학기가 걸렸다”면서 “수석교사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하는 데는 정책운영의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중등수석교사의 경우 정원 외로 발령되지 않아 다른 교사들이 업무를 더 맡으면서 반감을 갖거나 수석교사가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다른 업무를 하는 경우도 생겼다”면서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수석교사가 ‘돕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