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충원·행정업무 경감이 먼저다

2013.02.27 21:14:33

박근혜정부 교육 국정과제 분석 ① 주당 수업시수 적정화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쓴 취임사를 통해 “개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비전인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이루는 근간이 교육에 있음을 강조했다. ‘교육입국’ 의지를 재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러나 국정목표에서는 경제와 복지 다음 순서에 놓였고,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으로 교육이 문화와 함께 묶인 것이 교육계로서는 못내 아쉽기도 하다. 본지는 박근혜정부 140대 국정과제 중 교육정책 과제를 분석, 현장의 시각에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학교 급‧업무·학년·지역 따라 ‘제각각’
전담교사 확대, 교육과정 적정화해야
…과원교사퇴출·교원지방직화 우려도

지난달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48일간의 업무를 마무리하며 제안한 140대 국정과제 중 ‘교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72번째 과제인 ‘교원의 교육전념 여건 조성’이다. 과제의 주요 내용은 행정업무 및 수업시수 경감, 교원평가제도 개선, 신규교사 채용확대로 요약된다. 이 중 행정업무 및 수업시수 경감은 교무행정지원인력의 단계적 확대 배치와 학교교육 통계 조사·활용 시스템 구축, 표준수업시수제 도입을 통해 추진하자는 것이 인수위의 제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백순근)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미래 한국교육의 발전 방향과 전략: 2013~2017년 핵심교육정책과제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교무행정전담인력 확충 ▲교감을 책임자로 한 행정전담조직 확대 ▲교무행정업무 일부의 교육지원청 이관 ▲국가수준의 교원직무기준 마련 ▲업무경감 필요성에 대한 교육행정당국의 홍보 등을 교원업무 경감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가 참여했다.

한국교총도 ‘2013 현장교원에게 듣는다’ 정책워크숍 첫 번째 주제로 ‘주당 수업시수 적정화’를 선정하고 지난달 22일 워크숍을 개최했다. 수업시수 적정화 도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교사가 처한 입장에 따라 각각 달랐지만 교원충원과 행정업무감축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중등 주제발제를 맡은 이재철 경기 여주여중 교사는 “표준수업시수제를 실현하려면 근본적으로 교원의 획기적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등 주제발제를 맡은 김정희 경기늘푸른초 교사도 “초등은 전담교사 확대 배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엄미선 가평유치원 원감은 “교사 1명이 하루 8시간 수업을 하는 등 유치원은 교원수급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며 교원충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수업시수보다는 업무 감축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전정민 서울동명초 교사 “수업을 17시간으로 줄여줘도 6학년 담임을 기피한다”며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고, 이명호 방배중 교장도 “생활지도 등 부담 요인이 많이 증가했다”며 동의했다. 정광윤 수원 경기체육중 교감도 “소규모학교는 12시간 수업하는 교사에게도 순회를 맡기면 볼멘소리를 하더라”며 “1995년 표준수업시수 논의가 시작될 때와 지금은 행정업무 차이가 현저하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과원교사 증가, 교원지방직화 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노희창 배재고 교사는 “수업시간이 모자라는 사립학교 교사는 퇴출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현 인천국제고 교사는 “집중이수 교과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학기별로 학교를 옮겨 다녀야 하는 것을 빌미로 교육청 소속으로 두게 되면 교원지방직화 주장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수업시수를 줄이려면 교육과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재성 서울삼선초 교사는 “수업시수만 줄이면 현재 교육과정이 너무 깊고 넓어 오히려 더 여유가 없어질 것”이라며 “교육과정 적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년, 직위, 지역, 학교규모 등에 따라 업무가 다른 것이 적정수업시수 산출의 걸림돌인 만큼 수업시수 외의 부분도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승란 인천 함박초 교감은 “순수 수업시수로 기준을 정할 것인지, 적정 교육활동 시간이나 업무 시간까지 고려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명호 방배중 교장도 “급별, 직급별, 업무, 과목 등을 다 반영하기 어려워 논의가 멈췄던 점을 고려한다면 교원의 직무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다양한 요인을 객관화한 연구를 토대로 정책이 수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학교 인력운영 실태 관련 연구가 현재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수업시수 감축과 업무경감에 필요한 교원충원의 근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갑성 KEDI 연구위원은 “정규교원, 계약제 교원 등의 교육인력과 각종 학교회계직 인력이 얼마나 운영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해 교육복지형, 스마트교육형, 교과중심형 등으로 학교유형을 분류, 업무에 필요한 적정인력을 추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은수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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