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부진아 책임지도’ 노력한 게 잘못인가
우유급식업체 선정 의혹 누명까지 씌워 감사
1교1고문변호사, 교총 지원으로 행정 소송
감봉→견책→승소 징계취소까지 1년6개월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열심히 해보려다 부당한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답답한 심정으로 1년 6개월을 외롭게 싸워오면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죠.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징계가 취소됐지만 교육자로서 실추된 제 명예와 그동안 받은 고통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합니까? 남들이 하는 대로 눈치만 보며 학교를 경영해야 하는 건가요?”
억울한 민원제기로 인해 받은 감사와 징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1년6개월 동안 싸워왔다는 오병출 경기 오산 금암초 교장은 “적합한 이유에 따라 공정하게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 아니냐”며 이렇게 호소했다.
오 교장이 누명을 쓰게 된 사연은 교직생활동안 바라던 교장 승진 후 2011년 처음 부임한 시흥 검바위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의 발단은 6월28일 K지방지에 실린 하나의 기사에서 시작됐다. “초교까지 ‘0교시’ 파행교육 심각” 제하 기사에서 국가수준학업성취평가를 반대하는 전교조 경기지부가 공개한 파행 교육과정 운영학교로 지목된 것. 이니셜로 보도됐지만 기자들의 전화가 잇따랐고, 이후 민원제기에 의한 경기도교육청의 감사를 받게 됐다. 감사 사유에는 학습부진아 집중편성반 운영 외에도 우유급식업체 선정·운영 의혹도 추가됐다. 감사 결과 오 교장은 감봉 2월 징계를 받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감사가 내 개인의 잘못보다도 전교조가 그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장을 희생양 만들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오 교장은 “검바위초는 학력향상중점학교 대상에는 들지 않지만, 맞벌이 가정이 65%인데다 저소득층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특히 6학년 학습부진아가 많았는데 부임할 당시 학교에서 여러 방법으로 지도해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인을 일시적인 보충반 편성으로 지속적인 추수지도가 부족한 점으로 보고 담임의 책임 지도가 이루어 질수 있도록 16명의 부진아를 학년부장 간담을 거쳐 각 반에 배치했다”며 “교장으로서 생각해낸 고육지책이 화살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 1위 업체대신 다른 우유 급식 업체를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그 업체가 학생들이 하던 교실 우유 배달과 수거를 조건 없이 대행해주겠다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학교급식소위원회와 학운위의 동의를 거치고, 도교육청 급식담당에 문의해 적법한 방법으로 선정, 계약대로 운영한 한 것이어서 잘못한 점이 없으니 더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소청심사를 통해 대부분의 의혹이 해소돼 징계가 경감됐지만 우유 급식업체 관련 의혹이 남아 견책처분을 받았다. 남은 억울함을 푸는 것은 행정소송밖에 없었다. 1교1변호사제의 도움으로 1월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여전히 억울한 누명으로 상처받은 마음은 달랠 길이 없었다.
오 교장은 “도교육청의 감사 방향은 학교장 자율인 반편성운영계획을 간섭할 것이 아니라 운영결과에 따라 학부모·학생에 피해를 입혔다면 그 책임을 묻는 방향이 돼야 하지만 반대로 반편성에 대해서만 감사를 진행했다”며 “우유급식과 관련해서도 감사팀이나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사유가 되지 않음을 인지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감사가 비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징계가 부당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며 “도교육청에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내가 받은 인사상 불이익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관계 확인만 제대로 했어도…”
승소 이끈 박흥규 변호사
오 교장은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교총-대한변협이 운영하는 ‘1교 1고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오 교장의 거주지 인근 안양 귀인초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나라의 박흥규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것. 교총과 경기교총도 명백한 교권침해라고 보고 교권옹호기금운영위원회를 열어 교총이 200만원, 경기교총이 100만원 등 총 300만원의 소송비를 지원했다.
소송을 맡은 박 변호사는 오 교장의 견책처분 징계 취소 판결에 대해 “제기된 민원은 학교장의 관리 감독 소홀이었으나 사실과 달랐다”며 “우유급식 공급 계약 내용이 실제로 순환 급식을 예고하고 있었다는 점, 공급 이행이 실제 계약 내용에 부합해 교장이 직무상 성실 업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원 제기 후 진행된 교육청 감사에서 공정하게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소송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며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누명을 벗었지만 당사자인 교장이 고통을 받았고, 교육청도 결과적으로 행정낭비를 하게 되지 않았느냐”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