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과 서울교총(회장 이준순)이 반대해온 ‘서울혁신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서울혁신학교조례)이 서울시의회 처리가 무산됐다. 시의회는 제245회 임시회에서 서울혁신학교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교육위 의원들 간의 합의를 이루지 못해 4월16일부터 열리는 제246회 임시회로 넘어가게 됐다. 조례 제정을 반대해온 교총과 서울교총(회장 이준순)은 4, 5일 양일간 시의회 별관 앞에서 2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과 집회를 여는 등 저지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폐기’가 아닌 ‘연기’여서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았다. 서울혁신학교조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4년마다 종합계획 수립, 행·재정지원 의무화
심의기구 신설…학교 현장 점검권까지 부여
“자사고, 일반고 조례는 안 나오나”비판도
◇형평성 논란에도 특정학교만 지원= 진보성향의 김형태 교육위원이 지난해 11월23일 발의한 서울혁신학교조례는 ‘학생인권’을 담은 학생인권조례와는 달리 ‘혁신학교’라는 특정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지정·운영과 행·재정 지원을 강제해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학생·학부모들 간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서울 교육계로부터 ‘조례 천국’, ‘조례만능주의’라는 수식어와 함께 “왜 자사고, 일반고, 전문계고 조례는 안 나오느냐”는 냉소를 받는 이유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주요 공약으로 추진된 혁신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1억5000여 만 원이나 더 많은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그 성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했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전교조교사 비율, 교원집단 따돌림 등 구성원들 간의 갈등, 교장의 권한 약화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이에 따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대표모델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지정·운영 전반에 대한 정책 평가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개선방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조례를 통해서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을 받아온 ‘혁신학교’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상위법 충돌, 교육감 권한 침해= 서울혁신학교조례는 법이 정한 교육감의 고유 권한을 상당부분 침해할 뿐 아니라, 이를 규정한 상위법과도 충돌된다.
조례는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지정·운영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초중등교육법 제61조, 동시행령 제105조, 지방자치법 제22조 등에 규정된 교육감의 ‘학교 및 교육과정 자율 운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혁신학교운영·지원위원회’를 신설해 혁신학교 지정·운영 전반을 심의하고 학교현장 점검권까지 부여한 것은 더 점입가경이다. 교육감이 혁신학교 전반에 대한 사항과 4년마다 수립하도록 규정돼 있는 ‘혁신학교종합계획’을 위원회에 심의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초중등교육법 제6조 교육감의 ‘학교운영에 관한 지도 감독권’ 침해이며,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에 관한 규정에도 위반된다. 교육감이 합의제 행정기관 설치에 관한 고유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조례가 ‘혁신학교운영·지원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예산 운용에 지장 초래= 혁신학교종합계획 수립 시에도 연차별 지정·지원계획을 포함시켜 혁신학교 확대 지정을 반드시 할 수 밖에 없도록 한 것도 문제다. 학교별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추가지원 해야 하는 만큼 혁신학교 지정 확대는 가뜩이나 무상급식으로 경직된 서울 교육예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준순 서울교총회장은 “조례만능주의에 빠져 모든 정책을 조례로 제정하겠다는 서울시의회의 행보를 규탄한다”며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평등권을 무시한 채 특정학교 유형에 많은 예산과 지원을 담보하려는 혁신학교조례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양옥 교총회장도 “조례로 혁신학교를 확대시키려는 시의회의 일방적 행태는 교육정책결정권자인 교육감의 권한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조례 폐기를 위해 모든 정책·조직적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