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사만 늘어난 학교현장
정규교원 충원도 비교과 위주
교원정원권 교과부 이관해야
교원 수급 고려한 증원 필요
인수위가 제안한 ‘교원의 교육전념 여건 조성’ 국정과제 중 신규교사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은 교총, 전교조 할 것 없이 교직사회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내용이지만, 실현이 쉽지 않은 사안이기도 하다. MB정부도, 참여정부도 신규교사 충원을 통한 교원법정정원 확보를 공약(公約)했지만 결국 공약(空約)이 됐다.
인수위는 학급당 학생 수를 OECD국가 상위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 중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국가 평균수준 이상으로 도달하도록 하기 위해 교원을 대폭 증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전문상담교사 배치, 특수교사 7000명 증원, 초등체육 전담교사 우선확보를 공약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지난 1월 15일 업무보고를 통해 급격한 교원증원에 따른 인력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시한을 2017년에서 202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매년 초등 3000명과 중등 1000명, 도합 4000명씩 증원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당초 공약에는 못 미치지만 이대로라도 된다면 학교현장이 반길 소식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고 새 학년이 시작된 지금 교원충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교과부는 지난달 26일 특수교사 465명을 추가 임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2013년도 특수교사 임용 인원은 사상 최대인 731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에는 ‘2013년도 진로교육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진로진학상담교사 850명을 추가로 선발, 배정인원을 총 54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사실 몇몇 비교과 교원에 한정된 추가 선발이다. 그간 정부에서 교원 수를 늘렸다고는 하지만 진로, 상담, 보건, 영양 등 비교과 교원 쏠림현상이 컸던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가 제안한 공약과제에는 정규교원 충원보다 오히려 스포츠강사 확대 배치, 다문화 이해교육 전문강사 양성, 전국 모든 학교에 문화예술교육사 배치 등 정규교원이 아닌 각종 학교회계직 배치 계획이 들어있다. 교과부도 작년 10월 15일에 ‘영전강 확대 및 신분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규영어교사가 아닌 영어회화전문 강사 2300명을 확대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같은 달 26일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정규교원 증원대신 각종 강사로 필요 인원을 채용하는 데는 그동안 교육계와 교과부의 교원증원 요구가 매번 국가공무원 정원을 관리하는 행안부와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에 막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는 제도적 한계가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도 누리과정 시행과 함께 대폭 증원이 필요해진 유치원교사 충원 문제를 놓고 교과부와 행안부가 정원확보 실랑이를 하다 법정까지 가는 예비교사 대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한국교총은 대통령의 교원증원 공약 실현을 위해 교원정원관리권을 교과부에 둬 증원이 용이하도록 해 줄 것과 2017년까지 5만 명 이상 교원을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OECD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 확보가 공(空)약이 되지 않으려면, 교원정원권을 행안부에서 교과부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권만 문제가 아니다. 교원충원이 필요하다고 갑작스럽게 대거 충원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특정 교과를 대폭 충원했다가 몇 년 동안 임용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25일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초·중등교원 특별충원에 관한 법률안’도 3년간 한시적으로 교원 5만 명을 증원하고, 이 기간 동안 교원 정원권은 교과부에 일임한다는 획기적인 내용이었으나 결국 학생 수 감소와 교원수급 문제가 거론되면서 국회 임시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