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교실제, 인성도 좋아진다

2013.04.12 02:49:43

야시키 카즈요시 日 국립교육정책연구소 총괄연구관


2차 대전 직후 도입, 운영학교 70여개 불과
학급 넘은 교류…‘이지메’등 오히려 줄어

“일본은 한국에 비해 훨씬 일찍 시작했지만 교과교실제가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교수방법, 인성교육 등에 있어 변화를 이끌 힘을 갖고 있는 만큼 교과교실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려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20여 년 동안 교과교실제 연구를 해 온 야시키 카즈요시(사진) 일본국립교육정책연구소 총괄연구관은 일본의 교과교실제가 사실상 정착되지 않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일본은 2차 대전 직후 교과교실제 도입을 시작했지만 현재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60여개 중학교와 10여개 고교뿐이다.

그는 “교과교실제가 도입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체제 도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교에서는 교과교실제를 활용한 수업이 입시제도와 맞지 않아 운영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시키 연구관은 “교과교실제가 학교를 크게 바꿀 힘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가와나카중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처음에는 학부모들도 새로운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보이고 일부 교사들도 늘어난 책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반대했지만 어렵게 설득한 끝에 막상 시행하고 나니 모두 너무 좋다고 말한다”며 교과교실제의 효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야시키 연구관은 “사각지대나 이동으로 인해 학생지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인정했지만 “이는 극소수 사례일 뿐이고 다양한 학생들과 학급을 넘은 교류가 활성화돼 전체적으로는 이지메 등의 문제가 오히려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사례로 이(異)학년 교과센터 방식을 채택한 후쿠이시립 시민중학교의 상황을 설명했다. 시민중은 교과교실제를 학년을 넘어 확장해 선후배간에 서로 배우고 돌보는 인성교육에 특성화된 학교로 유명해졌다. 그는 “사회에 나가게 되면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섞여 사는 만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면서 “선생님들이 서로 더 많은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려는 자세를 갖춘다면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시키 연구관은 “학생들의 학습의욕도 올라가고 자기관리능력도 향상됐다”면서 “표현력이 많이 신장됐다는 결과도 있다”고 했다. 교과교실제가 인성교육 뿐만 아니라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많은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교과교실제 시행학교와 일반학교 간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한 명확한 결과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야시키 연구관은 오히려 한국의 교과교실제에 기대를 내비쳤다.

“한국의 교과교실제 도입학교에서 학력향상이 이뤄졌다는 결과가 나와 일본의 교과교실제 확산에도 기폭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은수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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