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하기에도 바쁜 고3 학생이 자신의 꿈을 충실이 좇아 소설책 발간을 눈앞에 두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서초고(교장 이대영) 배신일 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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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편소설 ‘푸른 불꽃의 도시’ 출간을 앞둔 배 군은 “소설가의 꿈에 도전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울 만큼 불확실하고, 어렵지만 글을 쓸 때 가장 열정을 쏟을 수 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3 학생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서 흥미위주라고 속단하면 오산이다. 환상 속 도시에서 생명과도 같은 ‘파란 불꽃’이 소실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소설에는 치안이 붕괴된 사회의 무법천지와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윤리 실종, 인간성 상실 등 인간 내면의 모습을 담았다. 주인공이 쓴 투구, 성벽 하나도 고증을 거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중학교 수업시간에 쓴 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을 계기로 글쓰기에 빠져든 배 군이 소설가의 꿈을 꾸게 된 것은 서양화가인 어머니 김지윤 씨의 든든한 지원도 한몫했다. 김 씨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며 “밤을 새우면서도 피곤한 줄 모르고 소설을 쓰는 아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써온 소설만 10여 편. 아직 학생이라 경험이 부족하지만 친구, 학교폭력, 고양이, 산행, 층간소음, 농업혁명, 탑 이야기 등 주변에서 겪고 보는 모든 것이 소설의 소재가 됐다. 공부하면서도 틈틈이 문학교실 ‘예비작가 교실’, 중앙대 ‘다빈치 꿈 찾기 프로그램’, ‘길 위의 인문학’ 등을 수료하는 등 작가가 될 준비를 차분히 해왔다. 제7회 남산백일장 장원과 세종날 기념 제38회 글짓기 대회 장려상을 받는 등 교내 뿐 아니라 각종 대회에도 참석하며 글쓰기를 즐겼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확고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배 군은 “다른 친구들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도록 우리 고교체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9월 둘째 주 발간되는 ‘푸른 불꽃의 도시’가 책으로 발간하는 첫 장편소설인 만큼 서점 판매에 앞서 서울시내 다른 고교도서관에 1권씩 기증할 계획이다.
이대영 서초고 교장은 “공부 잘하는 학생도 중요하지만 배 군처럼 자신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면서 “소설가의 꿈을 잃지 않도록 학교가 최대한 지원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