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뭔데…” 학폭 ‘불복’에 상처받는 교권

2013.10.11 10:24:53

사소한 다툼에도 “은폐하냐” 학폭위 개최 협박
가‧피해자 모두 학폭 결정도 불신…교원에 불똥
무차별 재심, 폭언‧고소에 시달리다 병가 내기도

학생폭력에 대한 일선학교의 중재, 징계 결정에 불복한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가 급증하면서 학교, 교원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강원 모 중학교는 지난 3월, 같은 학년 여학생을 성추행한 3학년 A양에 대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이하 학폭위)를 열어 ‘강제전학’ 조치를 내렸다가 봉변을 당했다. 가해학생 학부모가 도교육청에 재심을 신청했다가 학교 측 손을 들어주자 학생부장을 폭행혐의로 바로 고소했다고, 고소가 각하되자 이번에는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서울 모 중학교 교사는 최근 가해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학폭 건과 관련해 가해학생 학부모의 스토킹 대상이 됐다. 재심을 청구한 학부모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시비를 걸며 아예 “이 기회에 골탕 먹이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이 같은 학폭 관련 교권 침해는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한국교총의 올 상반기 교권상담 처리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건에 불과하던 학폭 관련 교권 침해는 올 상반기 30건으로 무려 15배나 급증했다.

학폭이 이슈화되면서 경미한 사안까지 신고하고 학폭위 개최, 결정에 불만을 품은 가‧피해학생 학부모들이 교원들을 타깃으로 삼아서다.

실제로 충남 모 초등교 여교사는 지난 5월, 4학년 남학생 간의 경미한 다툼에 대해 가해학생에게 사과와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고 각 가정에 사실을 알리며 화해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술에 취해 교실에 난입한 피해학생 아버지로부터 갖은 욕설과 협박을 당해 큰 충격을 받았다.

교육적 차원의 화해‧조정 노력이 피해 학부모, 학생에게 학폭 방임‧은폐로 공격받기도 한다. 서울 모 초등교사는 “피해학생 학부모께서 계속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고 담임교체를 몇 개월째 요구해 괴로움에 병가까지 냈다”고 토로했다. 교사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졌다.

하지만 학폭위가 열리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이 내려져도 불만과 교권 침해는 계속된다. ‘학생부 기재’가 달린 상황에서 학생폭력 처벌 기준 자체에 대해 학부모들이 “신뢰할 수 없다”며 상급기관에 재심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박인숙(서울 송파갑‧교문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폭력 재심 현황’(‘12.3~’13.2)에 따르면 가‧피해학생 재심 청구건수가 56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심 뒤치다꺼리 과정에서 학부모의 비난수위는 더 높아진다. 더욱이 재심청구가 ‘기각’이라도 되면 모든 책임은 또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된다. 지난 6월, 대전 모 초등교가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 결정을 내린데 대해 피해 학부모가 불복하고 재심을 청구한 게 기각되자 교육청, 청와대에 무차별적인 민원과 담임교체 등을 요구한 사례가 대표적 예다.

문제는 이런 학폭 불복 관련 교권침해를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교총 하석진 교권강화국장은 “학교에는 합리적인 대응메뉴얼 보급과 교원 연수 강화가 필요하고, 학부모에게도 분쟁 해결을 위한 절차와 방법에 대한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적법하고 정당한 학폭 처리에 대한 무고성 민원과 교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 계류중인 교권보호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철 chosc1@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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