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 소신 꺾는 교육감직선…돈 없이 뛰어들기엔 벽 높아

2013.12.27 13:45:23


현행 선거제로는 ‘깜깜이’ 한계 극복 못해
국민 과반 “제한적직선 또는 직선제 폐지”
교총 “특위는 직선제 개선 여론 반영하라”

선거비용 부담으로 보은인사·비리 내몰려
郭 237명에 돈 빌리고 편법대출까지 자행
낙선후보 선거운동원 임금 체불로 징역형



올 교육감 선거에 적용하기 위한 관련법 제·개정 시일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달 4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픽 참조> 긴박한 상황 속에서 교총은 지난달 23일 국회 정개특위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감)선거특별법’의 제정을 제안했다.

교총은 “현행 교육감 직선제 하에서는 교육선거 무관심으로 인한 ‘깜깜이 선거’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면서 “제한적 직선제로 개선하거나 임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전국지방동시선거 당시 중앙선건관리위원회가 교육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가 58.5%의 유권자가 관심이 없었다고 응답한 상황에서 제도적 보완 장치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2012년 3월 유·초·중등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도 이런 교총의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조사 결과 제한적 직선제(56.3%)가 주민직선제(23.5%)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국갤럽이 2013년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직선제 폐지 공감’ 여론이 50%로 ‘비공감’ 여론(32%)보다 우세했다.

현행 직선제를 유지한다면 이른바 ‘돈 선거’와 그 결과 이어지는 교육감들의 각종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선거운동을 전면금지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해 선거운동을 일체 진행하는 선거 완전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교총의 주장이다. 과도한 선거비용 부담이 소신 있는 교육전문가보다는 조직을 가진 정치인을 뽑는 선거를 만든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동안 ‘돈 선거’ 문제는 교육감선거 때마다 불거졌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공식적인 선거자금만 42억 원을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선거 후에 2억 원을 후보 단일화 사후매수 비용으로 사용하고, 보은 인사를 하는 등 비리를 저질러 결국 직을 상실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왔던 A후보는 36억 원의 선거비용을 썼다가 낙선하면서 채무 보전이 어려워 4억5760만원의 허위 선거보전비용을 신청하고 선거운동원 임금 2억6000만 원을 체불해 결국 징역1년 6월에 벌금 100만 원, 추징금 120만 원을 선고받았다. A후보는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교육발전에 힘쓴 점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언급할 정도로 명망 있는 교육자였지만 돈 선거의 늪에 빠져 그동안 쌓아올린 명예를 저버렸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 후 교육감 후보들이 1인당 평균 4억6000만 원의 ‘선거 빚’을 졌다는 통계를 공개했던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수십억 원대 재산을 가진 후보가 아니라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당선된 교육감은 부패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선거비용 마련 과정 자체도 불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곽 전 교육감은 선거를 위해 237명으로부터 16억3800여만 원을 빌렸다. 이는 금융권 대출 5억6000여만 원을 제외한 액수다. 물론 ‘은행법’ 38조에는 간접적인 정치자금 대출도 금지하고 있다.

상당한 재력가 집안으로 알려진 수도권의 B후보도 낙선 후 선거비용을 다 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지원했던 교육용품업체 사주에게 이권 청탁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선이라도 됐다면 논공행상을 통해 특혜를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당시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가 중도 사퇴한 전직 교장 C씨는 “정치선거와 마찬가지로 관계자들이 돈이 연결돼야만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뛰어넘지 못했다”며 “순수한 교육자들이 교육철학과, 신념, 양심을 갖고 임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았다”고 고백했다.

이 같이 비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과열·혼탁 선거를 차단하는 방식이 ‘완전공영제’라는 것이 교총의 입장이다. 선관위에서 모든 선거운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선거브로커 개입 여지도 없고, 홍보경쟁에 비용을 쏟을 일도 없다는 설명이다.

비용부담이 없어져 후보가 난립할 우려에 대해서는 기탁금을 5000만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올리고, 시·도 지역구별로 일정 인원의 유권자 추천을 받아야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교총은 이 외에도 ▲‘로또 선거’ 방지를 위한 윤번 투표용지나 원형 투표용지 사용 ▲OECD가입국 중 유일한 유·초·중등 교 참정권 제한을 해소할 유·초·중등 교원의 교육선거 현직 출마 보장 ▲교육감의 논공행상, 자기사람심기 방지 차원의 교육장 직접 선출 ▲교육감 교육경력 5년 이상 자격요건 유지 ▲교육위원회 및 교육의원 제도 유지 등도 제안했다.
정은수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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