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연수는 교사 개인의 자기연찬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평가와 관련시키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지도, 공문보고 등으로도 하루 일과가 모자란데 어쩔 수없이 클릭 클릭하며 시간만 허비하게 돼요. 아무리 자기발전을 위한 연수라 하더라도 학교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개선돼야 합니다.”(경북 A초 B교사)
교과교육, 생활지도, 정보화 등 교원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실시되는 교원직무연수. 현재 교원들의 직무연수 이수 시간은 교육청의 학교평가와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 교원들은 “각 시‧도교육청이 매년 일정 시간의 직무연수를 요구하고 그 실적을 학교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도교육청이 실시하는 학교평가에서는 교원 1인당 연 평균 60~90시간을 이수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반드시 몇 시간 이상 채워야한다는 의무규정은 없지만 시‧도별로 적게는 5점부터 많게는 15점까지 직무연수 이수시간을 평가지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충남 B고 C교사는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어도 일단은 신청한 후 클릭만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부산 D초 E교사도 “녹색성장, 청렴, 통일교육 등 연수를 받으라고 공문이 내려오니 묵묵히 받고는 있지만 학생들 학력향상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각종 연수에 시간을 뺏겨 점점 교과교육이 부실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한국교원교육학회에서 개최한 ‘교원의 교육전념 여건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학술대회에서도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형식적이고 의무적인 연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발표에 나선 김대현 부산대 교수는 “초등교사 15명을 대상으로 면담한 결과 대부분의 교사들이 연수시간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원하는 연수가 개설되지 않았음에도 관리자의 눈치에 못 이겨 의무적으로 듣는 상황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F중 G교사는 “연수가 ‘강요 아닌 강요’로 이뤄지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는 강의를 틀어 놓고 다른 업무를 보거나 동료교사와 같은 연수를 신청한 후 시험문제를 공유하는 형태로 원격연수를 받는 경우도 빈번히 일어난다”며 “자신의 전문성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연수는 환영하지만 현재와 같이 학교평가 대비용의 억지 연수는 무의미하며 스트레스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0만원이었던 교원 당 연수경비 예산을 올해 25만원으로 늘렸다. 지원 액수는 시‧도마다 차이는 있지만 초‧중등 교원이 40만 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막대한 예산이 교원연수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연수 프로그램의 현장 적용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H초 I교사는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연수는 현실적이지 못한 과목들로 일관되게 짜여있어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학생들에게 우쿨렐레를 지도하기 위해 저녁 시간에 문화센터에 등록하고 개인적으로 공부했다. 미술, 음악, 체육, 컴퓨터 등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 J초 K교사는 “교사들은 이미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연수를 이수하는 자세를 가졌다”면서 “강요가 아닌 스스로 찾아가는 연수여야 하므로 교사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