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비평·컨설팅 나선 교사들
와동초
지난달부터 자동 '녹화교실' 활용
수업 동영상 돌려보며 동료 장학
고색고
수석교사, 희망자 수업 참관·촬영
올 상반기만 32명, 108회 컨설팅
“자,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해볼까요? 우리 주변에는 어떤 이웃들이 살고 있나요?”
2일 오전 9시 50분 경기 와동초등학교 수업녹화교실. 이세미 교사가 ‘더불어 나누는 이웃 사랑’을 주제로 4학년 도덕 수업을 진행했다. 전자 칠판을 활용한 수업은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수업 후 만난 이 교사는 교실 한 편에 놓인 모니터를 가리키며 “자동 녹화 시스템으로 수업 장면을 동영상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우리 학교에 수업녹화교실이 마련됐습니다. 캠코더 여러 대를 동원하지 않고도 교사 혼자 자신의 수업 장면을 동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수시로 이곳을 이용합니다. 오늘도 동료 교사들과 비평 나눔을 하기 위해서 동영상을 만들었어요.”
◇수업 비평 나눔 동아리 운영하는 와동초=교직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교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수업 비평에 나선 것이다. 와동초가 대표적. 이 학교는 교사 동아리 ‘와동 수업 비평 나눔’을 운영한다. 지난 3월 처음 결성, 교사 7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교사도 그중 한 명이다. 직접 제작한 수업 동영상을 스스로 평가한 후 동료 교사들에게 보내 조언을 구한다. 좋았던 점,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이영수 교장은 “수업녹화교실 덕분에 수업 비평 활동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채 안 됐지만, 교사들은 그 효과를 체감 중이다. 김종엽 교사는 “수업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서 교육 이론을 적용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올해 첫 발령을 받은 김민섭 교사도 “선배들은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늘 궁금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기회가 생겼다”면서 “안 좋은 말 습관과 몸짓을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수업 컨설팅은 교사 힐링 프로그램=경기 고색고등학교는 수업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4년째다. 수석교사가 주도해 희망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운영한다. 수업 참관과 함께 비디오 촬영이 동시에 진행된다. 공개 수업을 실시한 후에는 수석교사가 쓴 수업 비평록과 동영상을 받아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고 상담에 들어간다. 지속적인 컨설팅이 이뤄진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교사 42명이 총 132회 이상, 올해 상반기에만 32명이 108회 이상 수업 컨설팅을 받았다. 이제승 수석교사는 “수업을 공개하고 평가 받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교사가 많지만, 처음이 힘들뿐”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경력이 많든 적든 마찬가지죠. 하지만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합니다. 완벽한 수업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이런 고민을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수업 컨설팅입니다. ‘교사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꺼리던 사람도 지금은 앞장 서 수업을 공개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수업 컨설팅은 학교 분위기를 바꿨다. 교사들이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수법 개발에 집중하자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잠자던 아이들도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교사들끼리 서로 조언을 주고받으면서 동료애도 돈독해졌다. 이 수석교사는 “더 많은 교사가 수업 컨설팅을 통해 전문성을 길렀으면 한다”며 “이 프로그램이 정착돼야 학교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