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없어질 학교인데…” 예산 ‘박대’ 속 시골학교의 홀로서기

2014.07.17 20:21:19

<작은학교가 희망이다> ③소규모학교 지원은 낭비?

소규모학교들의 경우 시·도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학생수가 60명 이하로 떨어지면 통폐합, 혹은 폐교 대상이 된다. 올해 학생 수 6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는 초등 1445, 중등 423개교.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소규모학교들이 운동부를 창단하거나 특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간신히 폐교 위기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들을 다녀왔다.

경남 대병중

동문에 ‘모과차’ 팔아 재단설립
‘노인반’ 운영, 기숙사 준공 등
자구책으로 폐교위기 벗어나도
교육당국은 여전히 관심 부족





“소규모학교요? 교육계에선 ‘말기 암’ 환자 취급이에요.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사라진 텐데 뭣 하러 시설이니, 재정이니 쓸데없는 돈을 투자 하냐는 거죠.”

문병우 경남 대병중 교장은 소규모학교를 말기 암 환자에 비유했다. 그가 부임했던 2009년 대병중은 학생 수 35명으로 폐교가 논의됐었다. 이대로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문 교장은 자구책을 마련했다. 전 학생, 교직원이 나서 학교 주변 모과나무에서 모과차를 만들어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동문들에게 팔기 시작한 것이다. 순수익 400만원이 모였다. 학교 발전의 종잣돈이 된 셈이다.

이런 노력들이 동문들의 성원을 얻어 1년 만에 무려 2억5000만 원이 모였다. 학교는 이 돈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 및 전교생 해외수학여행을 실시했다. 올해 초에는 60명 수용 가능한 기숙사도 준공했다. 모두 학교 자체의 노력만으로 일궈낸 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자 평생학습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올해 ‘노인반’을 개설했다. 문 교장이 직접 노인정에 찾아가 초졸 출신의 마을 어르신들을 모았다. 현재 4명의 노인이 수업을 듣고 있으며 이들은 3년 후 정식 졸업장도 받게 된다. 학교는 이 프로그램으로 인성교육의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노인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예절, 진로, 상담 등의 인성교육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다.

학생 수도 어느덧 78명으로 늘었다. 내년이면 100명을 넘길 예정이다. 이제 엄연히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학교는 여전히 빠듯한 예산에 허덕이고 있다. 그는 “교육을 위해, 학교를 위해 한 일인데 ‘너희가 벌인 일이니 너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듯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딱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예산만 지원받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대병중은 그동안 수많은 공모에 참여했지만 학생 수가 부족해 번번이 낙방했다.

특히 기숙사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식소가 없어서 교실 2개를 리모델링하고 자체 조리원을 구해 아침, 저녁을 해결하고 있는데 자칫 급식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다. 문 교장은 “기숙사 사감도 없어 남, 녀 교사들이 3일에 한번 꼴로 당직을 한다. 여기에 노인반까지 수업시수가 늘어 더 바빠진 선생님들에게 수당이라도 챙겨드리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논리에 입각해 통폐합 시키거나 큰 학교에만 재정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작은 학교지만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면 교육당국도 마땅히 관심 갖고 지원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예람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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