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이야기 들려줬더니…“선생님, 도덕 시간이 기다려져요!”

2014.09.26 10:05:36


교육부 선정 우수 인성교육 동아리
서울장평초 ‘그림 이야기 연구회’
도덕에 미술 접목…교수법 개발
“동료 교사들과 경험 공유할 것”

그림으로 사람됨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있다. 이들의 수업에선 ‘배려’ ‘나눔’ ‘정직’ 등 도덕적 개념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교사는 그저 그림을 보여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질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학생들의 발표가 이어지고, 수업 막바지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그날 배워야 할 학습 목표에 다다른다. 서울장평초(교장 차상만) 교사 동아리 ‘도덕적 덕목과 함께하는 장평 그림 이야기 연구회(이하 장평 연구회)’ 이야기다.

장평 연구회는 회장을 맡은 남순임 교사의 주도로 2012년 결성됐다. 남 교사를 포함해 김진한·박현옥·전다은·정은선·조호용 교사 등 6명으로 이뤄졌다. 어느 때보다 인성교육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는 교사가 적지 않았던 점에 착안했다. 남 교사는 “미술과 도덕을 접목해 가르쳤던 경험을 동료 교사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도덕 교과를 맡았습니다.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지문을 읽겠다는 겁니다. 또 다른 아이는 연필을 손에 꼭 쥐고 필기할 준비를 했죠. 도덕 수업이라는 게 무색해지더군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과 올바른 가치관에 대해 배워야 할 시간에 그저 교과서를 읽고 선생님이 말하는 걸 받아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남 교사는 공부 부담은 덜고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그러다 그림을 떠올렸다. 그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랐던 게 떠올랐다”고 귀띔했다.

“평소 그림 감상하기를 즐겼어요. 바쁜 틈에도 전시관과 갤러리를 들를 정도로 좋아해요. 그림에는 화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 역사, 문화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녹아 있거든요. 문득 이를 바탕으로 도덕 교과 내용을 재구성하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이야기에 메마른 요즘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성은 물론 창의력까지 길러줄 수 있겠다고 확신했죠.”

남 교사는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작품 ‘속임수’를 통해 정직을, 이중섭의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을 감상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평소 공부에 흥미 없는 학생은 물론 학교생활에 적극적이지 않던 학생까지, 너도나도 손을 번쩍 들고 발표를 자청했다. 학기 중반 무렵에는 도덕 수업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도 생겼다. 그의 예상이 적중했던 것이다.

장평 연구회는 지난 2년간 이런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율 연수와 수업 컨설팅, 공개 수업 등을 통해 교수법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21차시 분량의 수업 자료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들의 활동 영역은 교수법 개발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다른 학교를 방문, 학생·교사·학부모 대상으로 ‘찾아가는 그림이야기’ 공개 수업도 진행했다. 더 많은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을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부회장을 맡은 김진한 교사는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이야기 구성 능력이 눈에 띠게 좋아지는 걸 경험했다”면서 “인성뿐 아니라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현옥 교사는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한 동아리 활동은 교사로서 전문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정은선 교사도 “평소 친구들과 소통 못했던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또래와 공감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림을 활용한 도덕 수업은 상담과 치유의 시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평 연구회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은 외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전국 최우수 창의인성 연구회’로 뽑혔고, 최근에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선정하는 ‘인성교육 실천 우수교사 동아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성교육 실천을 향한 이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교내에서 그림 이야기를 전시하는 ‘그림 이야기 Day’, 지역교육청과 연계한 ‘찾아가는 그림 이야기 교육’, 시립아동센터 학생 대상 교육 등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남 교사는 “그동안 연구·개발한 자료를 모든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파급 효과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큽니다. 특히 교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학생에게 큰 영향을 주지요. 수업 자료를 우리 학교뿐 아니라 다른 지역 학교 교사들에게 나누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우리 연구회 교사들의 작은 실천이 ‘나비효과’를 일으키길 바란다면, 욕심인가요? 하하.”
김명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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