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6개 교과 성적으로 입학전형 치러
정기고사, 수행평가, 수업참여등 평가
교사 평가권 신뢰하는 사회 여론 바탕
캐나다에서는 고교 졸업반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한다. 수능과 같은 전국 공통시험은 없다. 실기 등을 요구하는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학별 고사도 없다. 내신 성적으로만 대학 진학을 하는 현 입시체제가 지를 받는 것은 교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리드(Ipsos-Reid)가 지난해 7월 22~26일 고교생 8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고등교육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73%였다. 42%는 일반대, 39%는 전문대, 나머지 19%는 양자 중 어느 쪽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고등교육 진학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은 24%였다. 대학진학 포기자는 3%에 불과했다. 이런 통계는 캐나다에서 대학교육이 보편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픽 참조>
그러나 대학 진학이 보편화돼 있고 입시 경쟁이 우리나라에 비해 덜하다고 해도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대학입시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이 사는 주의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명문대 간판에 모두가 목을 매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한 간호대, 공대, 경영대 등의 입학은 나름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앞선 설문 응답자 중 63%가 대학진학을 위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입시 경쟁이 나름 치열하다고 해도 학교 교육의 파행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 아니다. 캐나다에는 한국의 수능이나 미국의 SAT같은 대입을 위한 공통 시험제도가 없고 내신으로 입시를 치르기 때문이다.
보수색채가 강한 프레이저 연구소(Fraser Institute) 등 일각에서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 미국의 SAT와 같은 시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사회 일반의 여론은 현재와 같은 고교 성적 위주 입학사정을 지지하고 있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 입학원서 접수는 20개 일반대와 28개 전문대 각각의 공동 대입지원 사이트를 통해 하게 된다. 성적 제출은 지원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고3에 해당하는 12학년 6개 과목 성적 제출이 기본이다.
가령 의대 지망생이 주로 지원하는 런던 웨스턴대 의료과학과의 필수제출과목은 영어, 수학, 생물, 화학 4과목이 필수이고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거의 필수나 다름없는 물리에 자신이 선택한 한 과목 성적을 포함해 모두 6개 과목 성적을 제출한다. 선택과목 성적은 주로 주로 가장 성적이 좋은 한 과목을 선택한다.
경영학과의 필수제출과목은 영어와 수학이다. 나머지 4과목은 자신의 재량에 따라 제출한다. 다수의 인문·사회계열 전공은 영어 한 과목만 필수이고 나머지는 선택과목이다.
성적이라고는 하나 정기고사 성적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통상 60~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평소의 과제, 수업시간 중의 쪽지시험, 수업 참여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평가방식은 100점 만점의 절대평가다.
100점 만점의 평가지만 시험이나 숙제가 대개는 장문의 논술이나 보고서, 발표 위주라 담당 교사의 재량에 따라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은 숙제채점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주교육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하지만 학교나 교사에 따라 평가의 차이는 다소 있다. 한 마디로 학교나 교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학생이 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실기시험 등이 있는 예체능계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는 대학별 고사나 면접도 없다. 학교별 성취도 서열이 다 공개되지만 대학에서는 그에 따른 가중치를 주지 않는다.
표준화된 공통시험 없이 교사의 재량으로 평가하는 고교성적만으로 대학진학 여부를 결정하니 논란의 소지가 있을 법도 한데 이 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교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레제 마케팅이 2007년 5월 조사한 직업별 신뢰도에서 89%의 일반인이 교사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24개 직종 중 4위였다. 학생들의 신뢰도는 93%였다.
이런 신뢰의 바탕은 교사의 자질이다. 캐나다에서는 교사가 되기 위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교육전문대학원을 나와야 하니 교사의 자질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이다. 교사 자신들도 정식 교사가 되면 10년 안에 10만 달러(약 9800만 원)에 달하는 연봉에 고용과 노후보장이 확실하니 자부심을 갖고 직무에 최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