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제안 안내하라” 공문
긍정의견 일색…은연 중 유도
교육감이 학생 토론에 개입도
서울시교육청이 단위학교 여론수렴 결과에 기초한 9시 등교 자율시행 방침을 밝힌 가운데 노골적으로 찬성 여론을 유도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6일 각 초등학교에 보낸 9시 등교 관련 공문은 제목부터 학교를 압박했다. ‘9시 등교 관련 학교의사 결정 추진 안내’면 충분할 제목 앞에 굳이 ‘교육감 제안’을 붙였다.
붙임자료에도 또 한 번 “교육감의 제안 취지를 충분히 사전에 안내”하라고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물론, 반대 논리를 함께 소개하라는 문구는 없다. 또 예시에도 ‘9시 등교의 긍정적 의견’만 있을 뿐 ‘부정적 의견’은 없다. 문제점에 대한 보완 대책만 장황하게 설명돼 있다. 부정적 의견 제시도 없이 부정적 의견에 대한 반론만 소개하라는 것이다.
24일 중등학교에 보낸 공문도 마찬가지로 ‘교육감 제안’으로 시작됐고, 반대의견에 대해서만 학교, 교육청 차원의 보완 대책을 제시했다.
이런 시교육청의 태도는 3일 개최한 ‘100인 대토론회’에서도 반복됐다. 중학생 분임에서 학생이 “찬성 90%, 반대 10%가 나왔다”고 발표하자, 담당 장학관이 “찬반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니 찬반 의견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진 7개 모둠은 찬반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희연 교육감도 고교생 분임 원탁에 앉아 “수능 시간과 리듬이 맞지 않아 반대한다”는 학생 의견에 “내 생각에는 수능 시간을 조정해버리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그게 큰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반박했다. 조 교육감은 이후에도 원탁을 돌며 본인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이런 시교육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의 여론수렴 결과 학생 80% 이상이 9시 등교를 반대하는 등 반대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