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언어 습관 엿봤더니… “우리가 한 말, 맞나요?”

2014.12.24 17:48:18

청소년연극제 ‘안녕! 우리말’ 시상식
경기 진접고 테누파, 영예의 으뜸상
“무분별한 은어 사용, 반성할 기회”


23일 오후 2시 30분 한국교총 컨벤션홀. 학생 50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사회자에게로 향했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을까. 큰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총이 주관하는 ‘2014 청소년연극제-안녕! 우리말(이하 청소년연극제)’ 영예의 으뜸상(최우수상)이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청소년연극제는 무분별한 청소년 언어 사용 행태를 연극을 통해 돌아보고 바른 언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극본을 쓰고 배우, 연출가로 나서 우리말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고 나아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6월 참가 신청을 받아 예선을 통과한 8개 팀(중등 3팀, 고등 5팀)이 본선에 올랐다. 이날, 참가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시상식이 열렸다.

으뜸상의 주인공은 경기 진접고 ‘테누파’였다. 테누파의 작품 ‘별에서 온 그녀’는 조선시대 후기를 배경으로 한다. 여염집 규수 문희는 글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깜빡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낯선 사람들과 풍경에 깜짝 놀란다. 2014년 현재, 어느 고등학교 교실에 다다른 것이다. 문희는 욕설과 은어로 대화하는 학생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이들은 이런 문희를 ‘별에서 온 그녀’라고 부른다.

심사위원들은 “과거에서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으로 창의력과 상상력이 돋보인다” “심각한 청소년 언어 훼손 실태를 객관적으로 들어다볼 수 있게 구성, 관객들이 바른 언어 사용의 필요성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한다” “시대를 상징하는 의상과 분장, 소품을 이용한 점, 조명을 활용해 공간을 나누고 시간의 이동을 잘 표현한 점이 인상 깊다”고 평가했다.

담임선생님을 연기한 홍재원 양은 “무대 경험이 적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큰상을 받아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시상식은 청소년들이 소통하고 즐기는 문화 한마당으로 꾸며졌다. 퓨전국악 연주팀 ‘신비’와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이 초대돼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였다. 단연 눈길을 끈 건 으뜸상을 받은 테누파의 연극 공연이었다. 관람객들은 박수를 치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말과 글은 의사소통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이자 민족 그 자체”라며 “이번 대회는 연극을 통해 청소년들이 평소 습관을 재현하면서 잘못된 언어생활이 어떤 부작용을 불러오는지 돌아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으뜸상을 수상한 테누파는 문화체육부장관상과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버금상(우수상)에는 ▲전남 목포혜인여고 끌레르 ▲경기 장곡고 Dramatic ▲경기 시곡중 희아가 이름을 올렸다. 버금상에게는 교총회장상과 상금 50만 원이 주어진다. 보람상(장려상)은 ▲경기 안양예술고 돋을별 ▲서울 용문고 악플게임 ▲서울 성암여중 무지개빛 악동 ▲경기 대흥중 대흥연극배우반이 수상했다. 지도교사상은 경기 진접고 테누파를 지도한 윤인구 교사에게 돌아갔다. 용문고 박성준, 성암여중 이진경, 대흥중 이규빈, 장곡고 김지수, 안양예술고 안지은, 목포혜인여고 엄소현, 시곡중 최민석, 진접고 홍민지 학생이 연기상을 수상했다.
김명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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