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토론이 있는 교사회의와 교직원회의 활성화 지원’이 결국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교사간담회를 개최한 조 교육감의 행보나 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인사혁신 TFT 등을 통해 가시화된 내용을 보면, 아무래도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교무회의는 학생회, 학부모회와 더불어 학교운영을 위한 주요 자문기구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를 의결기구화한다면 학운위의 의결권 침해는 물론, 초·중등교육법 위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교육공동체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학교혁신’이란 미명하에 급조된 것이어서 학교현장의 혼란과 반발은 명약관화다.
학운위는 초·중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에 근거한 법적 기구로 교무회의, 학생회, 학부모회 등의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단위학교 중심의 다양한 교육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학교 책임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업이 학교운영상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교무회의는 교육공동체 간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1항은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학교경영의 책임 소재를 학교장으로 명확히 하고 있다. 때문에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는 학교장 권한 침해이며 학교경영 혼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추진하면서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비민주적 발상이다. 전북, 광주에서 수년 전부터 조례로 이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가 교육계 반발로 보류된 것을 상기한다면, 조 교육감의 시도는 ‘포퓰리즘 정책 남발’이나 ‘무모한 교육실험’으로 치부될 수 있다. 조 교육감이 서울교육을 올바르게 이끌어나가려면 소수 의견이 집중된 고립무원의 성(城)에서 나와야 한다. 학교는 탁상공론자들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