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을 제때 졸업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1월 19일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지급하는 펠(Pell) 장학금 예산 확대를 위한 제안서를 발표했다. 펠 장학금은 1965년 존슨 대통령 때 고등교육법을 통해 처음 만들어졌다. 그 후 1973년 ‘교육기회보장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됐다가 1980년에 칼리본 펠 민주당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펠 장학금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미국 교육부는 현재 약 287억 달러(약 34조원)의 예산으로 5400여 개 고등교육기관의 학생 830만 명에게 펠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수혜자들은 국회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 교육부에서 선정하는데 학생의 소득, 부모의 소득 및 자산, 가족 수 등을 고려해 학생 당 연평균 3600∼5775달러(약 433~695만원)까지 지급한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2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펠 장학금 확대를 위한 두 가지 안건을 제안했는데, 이는 모두 저소득층 학생들이 제때 혹은 조기 졸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 목적이다.
첫 번째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여름학기에도 수업을 들을 수 있게 지원하는 ‘졸업 가속화’ 안건이다. 현재 펠 장학금은 두 학기만 지원하고 여름학기에는 예산 부족으로 장학금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여름학기 등록금 지원을 시작했으나 2011년부터는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다. 이번 계획은 4년 전에 중단됐던 여름학기 등록금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예산 확대로 7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평균 1915달러를 추가적으로 지원받아 학자금 부담을 덜고, 제때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는 펠 장학금 수혜자들에게 한 학기당 15학점 이상 수강을 하면 1년에 300달러를 추가 지원하는 ‘온트랙 보너스(On-Track Bonus)’ 안건이다. 이같은 추가 지원은 60학점을 수강해야 하는 2년제 대학과 120학점을 수강해야하는 4년제 대학교를 빠른 시일에 끝마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조기 졸업은 총 학자금액이 줄어듦을 의미하고 더불어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이 적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230만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빌과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인 Complete College America는 ‘15학점 이수 전략(15 to finish)’을 지지해왔다. 이 단체의 스탠 존스 대표는 “한 학기에 15학점 이상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고 졸업한 확률이 높았다”며 “이 안건은 졸업률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킹 주니어 교육부장관은 올해의 핵심과제로 대학생들의 졸업률 제고를 꼽았다. 그는 “고교 졸업생 중 부유층은 80퍼센트가 대학교에 진학하지만 저소득층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 “이번 두 제안서가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과 졸업률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제안서는 정규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제안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거나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 시간제 학생들에게는 공평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한 학기에 15학점 이상을 수강하도록 하는 것이 대학 수학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돼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안건은 민주당인 오바마 정권에서 제안했으나 공화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