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시교육청이 발간 배포한 “올바른 선택 밝은 미래”라는 제목의 가로 22cm, 세로25cm 규격의 <2005 중학생을 위한 진로안내> 책자를 보면 제목과는 다르게 실업계고교 선택만을 위한 안내 자료이다. 예산을 많이 들여 28면 올 컬러 인쇄로 된 이 책은 편집위원으로 장학관 1명, 장학사 2명, 실업계 고교 교사 9명의 이름이 실려 있다.
내용을 훑어보면 꼭 알아야 할 특징적인 정보가 거의 없고 특히 08-09페이지에는 글자 수를 모두 합해도 도합 39-50자에 불과하여 진학안내 정보에 궁금증을 가지고 보는 학생들에게 실망만을 안겨 준다.
큼직한 제목은 주로 일회성 선전 문구에 불과한 “짱, 실업계”, “첨단기술인력 양성의 요람”, “생명의 원천 웰빙 농업계”, “아름다운 젊음 도전하는 미래 주역” 등 미사여구로 많은 지면을 차지했고, 전 면에 걸쳐 색깔과 디자인만 화려할 뿐 기초적인 학교별 모집정원, 학과개설, 시험날짜 정도만 싣고 있어 알맹이 없는 단순한 학교 소개에 그치고 있다. 학과별 교육과정이나 장학제도, 졸업 후 진로현황, 학교의 특색, 동아리 활동, 학교의 연혁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이런 정도의 정보 내용이라면 인터넷 사이트 어디에 들어가서 찾아보도록 안내해도 되지 않을까? 너무 즉흥적으로 펼치는 <책을 만들기 위한 형식적인 사업>이란 느낌이다. 황급하게 몇몇 사람의 일손을 거치면 하루 일거리에 불과한 일을 책임감 없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사실 많은 사립 실업계 고교에서는 이 책자와는 별도로 자기네 학교만의 소개 책자를 학교예산을 들여 만들어 해당지역 중학교에 배부하고 있어 위에서 지적한 교육청 자체의 진학 안내 책자 발간이 더욱 예산 낭비라는 혐의를 씻을 수 없다.
앞으로 교육청이 제대로 된 안내 책자를 발행함에 있어 염두에 둘 몇몇 사례를 발견할 수 있으나 한 예로서 OO정보고교에서 만든 별도의 책자를 비교해 보면 12페이지에 20cm, 25cm 규격으로 교육청 책자의 내용과는 차이나게 십 수배의 정보를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싣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학과 소개, 장학제도, 진로현황, 학교 특색, 동아리 활동, 학교의 연혁 등이 실려 있어 실업계 진학 희망 학생들에게 다소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다.
또 다른 한 실업계고교도 비슷한 규격으로 만들었는데 모집학과와 정원, 응시자격, 원서 교부 및 접수, 전형 일시 방법, 입학예정자 발표 통지, 장학제도(6종의 교내장학금과 19종의 대외 장학금 소개), 특기사항, 기타사항 등의 내용에 16페이지로 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같은 사안에 대해 학교별 안내책자와 교육청의 안내책자가 중복되어 예산 낭비라는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공립 실업고교는 날이 갈수록 사립 실업고교에 비해 입학원서를 받는 날부터 학생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탓으로 학생 지원이 원활하지 못하고 학교운영에도 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게다가 일부 실업계고등학교는 교사들이 직접 중학교 교실을 찾아가 홍보까지 하고 있어 어떤 때에는 수업에 지장을 주기도 하지만 거절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사춘기의 어린 학생들은 아직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으로 판단이 미성숙한 상태일 뿐 아니라 이성적 가치 판단도 미흡하기 때문에, 통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진로지도가 아닌 일부 학교가 실시하는 학교 방문 진학안내 방법은 학생의 진로 선택에 혼돈을 줄 우려도 있으므로 고쳐져야 한다.
따라서 실업계 진학 안내에 따른 적절한 지침이나 교육청 나름의 홍보방법 개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