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2월 개학이 되면 우리 초등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술렁거린다.
다른 학교로 전근가시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학교에서 새로 전근 오시고, 특히 새 학년 부장교사 배정, 학급 담임배정, 업무 배정을 놓고 교사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기 일쑤다. 소위 민간 발령이라 불리는 끼리끼리의 배정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때로는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까지 만들어지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선 교사로서의 품위를 훼손시키는 등 교사들로서는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매년, 새 학기 학급담임배정과 교사 업무배정은 늘 한 가지 방법이었다. 교사들이 부장교사, 담임, 업무 희망서를 1, 2, 3 순으로 희망하고 이를 관리자인 교감에게 제출하면 관리자는 흔히 말하는 교내인사 내규에 따라 담임과 업무를 배정해 왔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교내 인사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또는 구성원들끼리와의 인화와 단결에 문제가 있었다.
그 이유는 이런 인사가 교사 자의에 의한 인사가 아니라 목적이 없는 타의적 인사이기 때문이다. 관리자의 안목에 의한 적재적소 인사도 아니고 객관성이나 공정성 또는 투명성이 보장된 인사도 아니며, 단순히 교내 인사내규에 의한 기계적 인사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이러한 인사관행을 끌고 가고 있는가? 당연히 교내 인사는 교육의 질 제고에 목적을 두고 관리자와 교사, 교사끼리의 서로 대화에 의하여 공정하고 투명하며, 또 서로가 신뢰 할 수 있는 가운데서 100% 교사 희망에 의한 자율인사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관리자가 인사위원회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사위원을 잘 선정하여 인사위원회를 조직, 이들을 믿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훌륭한 교내인사의 시작 이라 할 수 있다. 인사위원회 조직은 위원장을 교감으로 정하고 회의 등 업무 추진상 교무부장을 당연직 인사 위원으로 위촉해야 하며, 위원은 학교 규모에 따라 학년에서 1∼2명을 선발하여 인사위원회를 조직하는 것이 먼저 할일이다.
그 다음은 먼저 교사들로 하여금 부장교사 희망서를 받는것이다.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은 ' 담임,업무 배정표'에 부장교사를 먼저 배정하기 위하여 부장교사 희망서에 따라 부장(학년, 기능)을 배정한다. 이 때 관리자가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은 부장교사를 적재적소에 소신껏 배정하는 것이다.
승진을 앞둔 교사를 고려하여 능력에 맞게 배정하고, 또 내년에 전근 갈 사람, 표창을 받을 사람, 특히 인화단결을 위한 구심점이 될 사람, 등을 고려하여 교감과 교장의 합의 하에 부장교사 만큼은 직권 배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부장교사를 먼저 배정함으로서 교사들은 꼭 선호하는 학년이나, 쉬운 업무만을 쫒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부장을 쫒아 담임과 업무를 희망케 하기 위해서이다.
이제 배정표에 부장(학년, 기능)교사가 배정되어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 다음 할일은 조직된 인사위원회를 소집하여, 인사위원들로 하여금 ‘학급담임, 업무 배정표’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또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경쟁자가 많은 학년과 제일 기피하는 업무를 한덩어리로 묶어서' 배정표를 만든다는 것이 중요한 핵심이다.
예를 들어 2학년은 모든 교사들이 선호하니까 경쟁자가 몰린다면 2학년과 묶이는 업무는 특기적성, 또는 학적 등과 같이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묶어서 배정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어느 학년, 어느 업무를 맡더라도 공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정표를 놓고 다음에는 원로교사의 희망을 받아 적절히 배정한다. 원로교사는 대부분 심신이 약하고 또 우대조항에 의한 우대를 해주는 것이 조직 단결에 유리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희망에 의하여 저학년에 배정해주되, 문제는 원로교사가 많을 시 몰리지 않도록 분산 배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업무배정 역시 원로교사의 희망에 따라 배정하되 반드시 무슨 업무이든 한 가지 이상은 꼭 배정함으로써 젊은 교사들에 의하여 명분이 서며, 특히 원로교사 자신들도 참여에 따른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년부장과 기능부장, 원로교사를 미리 선정하여 배정표에 기록 명시해 놓고 학년담임과 업무 배정표를 복사하여 모든 교사들에게 배부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이미 배정된 부장교사, 원로교사들을 보고 자기의 학년과 업무를 희망해 찾아간다. 그러면 경쟁이 있는 학년은 서로 만나 타협하게 되고 또 타협이 안 될 경우에는 교내 인사내규에 따라서 계산된 점수에 의하여 선별, 배치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00% 교사 본인의 희망에 따른 학년담임과 업무배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본인 자신이 학년과 업무를 선택했기 때문에 모두 다 만족해하고 특히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이 보장되어 교무조직은 한층 단결될 뿐아니라, 특히 관리자와 교사 간에 신뢰가 구축되어 한층 교육력이 제고된다는 게 경험적 수확이다.
시대는 변했다. 특히 각 교원 단체의 요구가 그러하고 교원들 또한 새로운 학교문화창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자들은 마치 권력의 마지막 보루인 냥 교사 인사권을 거머쥐고, 교원들의 원성을 듣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인사내규에 점수화 돼 있고, 그 점수에 의하여 저절로 배정되는 것을 왜 우리 관리자들은 학년, 업무 배정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새해 학급담임과 업무배정은 교내 인사위원회가 만든 '학급담임, 업무 배정표'에 따라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