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지나도 서예의 매력은 여전

2005.03.07 02:36:00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오후 시간에 가끔 서예를 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종종 뵐 수 있었다. 은은한 묵향이 옆 교실에서 흘러나올 때면 혹시 방해가 될세라 들어가지는 못하고 유리창 너머로 서예를 하고 계시는 모습을 들여다보곤 했었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허리를 펴고 계시는 모습이 보여 얼른 들어가면 온갖 정성을 다해서 집필법이나 용필법을 가르쳐 주시고 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배웠던 생각이 난다.

서예를 잘하시는 선생님들은 학교행사가 있으면 그 재능이 더욱 빛이 났었는데 식순이나 졸업대장, 상장을 쓰실 때가 바로 그 때였다. 교무실에 모여 있던 선생님들은 그 예술적 기능에 감탄을 자아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요즈음은 모든 것을 컴퓨터가 대신해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혹 미술시간에 서예를 가르치는 시간이 있으면 한 명, 한 명에게 써 주던 체본대신 컴퓨터로 뽑은 자료가 대신하고 있다. 그나마 동네에 몇 군데 있던 서예학원도 아예 없거나 한 군데 정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지 빨리 결과가 나타나고 소리가 나거나 동작이 큰 것에 더 관심이 많은 현실이니 어찌 서예에 관심을 두겠는가?

지금부터 19년 전 우리 아이가 돌이 갓 지난 후 서예학원을 1년 반 정도 다닌 적이 있다. 당시 하루하루 서예 하는 시간이 무척 기다려졌고 날이 갈수록 서체가 점점 나아져서 작은 서예전에 작품을 내어 입선을 했을 때의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서예 상설 특활부를 맡아 아이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지도하기도 하였다. 그 뒤로 바쁜 학교생활과 가정생활로 인해 서예를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교회에서 일요일 오후 2시-3시 사이에 서예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문화센타에서 서예교실이 열려도 오전시간이라서 직장 때문에 배울 수 없었는데 절호의 찬스가 온 것이다.

그동안 먼지가 쌓여 있었던 벼루며, 붓이며 서진 등을 챙겨서 지정날짜에 갔다. 가르치는 선생님께서는 그 교회의 장로님이시며 유명하신 서예작가이신데 시간을 내셔서 봉사하고 계셨다. 나는 그 때부터 계속 주 1회 서예를 배우고 있고 또 학교에서 시간이 있을 때나 집에서도 꾸준히 연습에 임하고 있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서예에 대한 열정을 아시고 나의 손을 잡으시고 정성껏 지도를 해주시며 체본을 써주신다.

지난 1월 겨울 방학 때 서예연수 60시간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연수를 받으면서 문학박사 정상옥님께서 지으신 "書法藝術의 美學的 認識論"이라는 책을 몇 번이고 읽으며 서예인식에 대한 무지를 일깨웠다.

서예를 배우고 난 후부터는 어디를 가더라도 붓으로 직접 쓴 글씨가 눈에 띈다. 아주 예술적으로 잘 쓴 것도 있고 조금 덜 한 것도 있으되 그 매력이 점점 더 느껴짐은 왜일까?

지금 우리 집의 방마다에는 선생님께서 써주신 체본과 어설프지만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나의 땀이 베인 글씨가 벽에 붙여져 있다. 방을 오고가며 감상하는 기분을 그 누가 알랴. 이 글을 쓰며 2005년 우리가정 목표를 크게 써서 벽에 붙여놓은 것을 보니 절로 미소가 띄어진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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