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교시 3학년 1반 교실. 교실 문을 열자, 한 남학생이 작은 케이크 하나를 들고 나와 교탁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20분 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워낙 완고한 부탁이라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잠시 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장애우인 익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따라나오는 익진이는 영문을 몰라 계속해서 내 눈치만 살피는 것이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4월은 장애인의 달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익진이의 열아홉 번째 생일입니다. 우리 모두 축하해 줍시다.”
알고 보니 그 파티는 장애우인 익진이를 위해 아이들이 연출한 깜짝 파티였다. 익진이는 친구들이 자신의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케이크 위에 촛불이 켜지고 박수와 함께 아이들의 생일 축가가 시작되었다. 축가가 불리는 내내 익진이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오랜만에 익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수업 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에 가끔 눈에 띄는 익진이는 늘 혼자였다. 그래서 내심 학교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아이들의 생일 축하곡이 끝나자마자 익진이는 불편한 입으로 아이들의 구령에 맞춰 최선을 다해 촛불을 껐다. 아이들은 익진이의 그 모습에 힘껏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자 익진이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아이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계속해서 입을 내밀었다. 바로 그때, 익진이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 학생이 교실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얘들아, 익진이가 우리에게 할 이야기가 있는가 봐. 조용히 하자.”
친구의 말이 끝나자 옆에 서 있던 익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확하지 않는 발음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려고 하는데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듯 했다.
“정말 고마워. 너희가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줄지 몰랐어. 나는 너희가 나를 미워하고 있는 줄만 알았어. 정말이지......”
익진이는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아이들 모두는 그 여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듯 했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곡을 합창하기 시작하였다.
4월 장애인 날(20일)을 앞두고 우리 주위에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무엇보다 우리의 작은 관심 하나가 그들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는 사실이다. 오늘 익진이를 위해 깜짝 파티를 연출한 아이들이 있는 한, 익진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영원히 피어있으리라 본다. 비록 케이크 하나를 두고 치러진 파티였지만 아이들 마음은 케이크의 둥근 모양처럼 하나였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겐 얼마나 큰 기쁨 이 되는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