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교사평가인가?

2005.05.10 16:01:00

거의 기정사실화한 교사평가 시안을 교육당국이 발표하면서 또 한 번 교육현장이 뒤틀리고 있다. 5월에 들어서면서 신문은 기사며 사설로 교사세계의 치부를 여과 없이 보도하고 방송은 이에 질세라 아침저녁으로 뉴스의 앞부분과 심층취재 프로를 통해 난도질을 하고 있는 것이 6년 전 정년 단축을 대세로 몰아갈 때의 행태와 너무도 흡사하다.

교사의 질을 올려야 공교육이 산다는 지론도 맞고 교육의 질을 올리기 위해 교사들을 평가해야한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일부의 사실을 들어 교사 집단을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교사들로 하여금 때리는 매를 피할 수 없게 만들어 시행한 정년단축이 얼마나 많은 파행을 불렀는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이제 또 똑같은 일을 획책하는 교육당국의 행위가 참 가증스럽다.

이렇게 목적을 위해 교사들의 명예를 짓눌러 목적을 달성하지만 그걸로 인해 스승과 제자 사이에 신뢰와 존경도 함께 짓밟히고 결국 인간을 위한 교육도 사라진다는 것을 왜 모를까? 인간을 가르칠 수 없는 스승은 스승도 아니고 인간을 배우지 않는 제자는 제자도 아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잃은 교사가 되어 평가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저 잡다한 지식의 전달자,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가능할 것이다.

또한 존경이나 신뢰가 필요 없는 이런 교사 집단은 통제하기도 쉽고 고용주와 같은 권위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도 쉬울 것이다. 날로 삭막해져가는 사회를 우리 정서가 살아있는 정겨운 사회로 바꾸어 가슴이 따뜻한 우리의 아이들이 살게 하려면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좀 더 중지를 모으고, 좀 더 확실한 준비를 한 후에 교사평가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서둘러 교사에게서 존경과 신뢰를 빼앗고 지식의 전달자로 추락시키면서까지 강행한다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또 온다.

교사를 지식 장사꾼으로 만든 소위 선진국들이 약간의 지식 향상은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교육에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살펴 뒤따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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