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의 묘가 문제다

2005.05.19 13:23:00


가까이 다가오면 무슨 악취라도 풍기는 듯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이렇게 비리를 저지르는 집단이 무슨 양심으로 축하를 받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해 더 마음 상하는 스승의 날이 무사하게 지나갔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무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나 보다. 서울시교육청은 직원들에게 학부모를 가장해 함정 단속을 벌이게 했고, 인천시교육청은 교무실의 캐비닛을 검사하는 것은 물론 교사들에게 소지품 검사를 요구했으며, 광주시교육청은 촌지거부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단다.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함정단속은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는 사람을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범의 유발형과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범죄기회를 제공하는 기회 제공형이 있단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기회제공형 함정단속을 했다는 얘기다.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 소지품 검사라도 학생들의 인격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올바른 생활습관과 짓기능력 향상을 위한 일기지도가 인권을 침해한다는 세상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사용하는 캐비닛이나 소지품을 검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서약서라는 게 뭔가?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다. 촌지를 거부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게 문제가 아니다. 서약서를 써야 할 만큼 교육계가 부패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보다 더 부패한 사람들이 그런 공문을 결재하는 위치에 있다는 게 문제다.

스스로 교권을 침해하고, 추락시키는 교육청이라면 존재가치가 있겠는가? 교육청이 교사들 위에 군림하는 자리라고 착각하고 있거나 교권침해에 앞장서는 공문인지 파악도 못하고 결재란에 사인하는 직원이라면 존경받을 가치가 있겠는가?

스승의 날이라고 몇 명의 아이들이 꽃을 가져왔다. 꽃의 향기가 멀리 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꽃 화분 하나만 남겨놓게 하고 나머지는 담임을 맡지 않은 교직원들에게 보내며 남을 배려하는 걸 가르쳤다.

학기 초에 학급신문을 발행하며 일년 동안의 학급경영관을 밝혔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며 정성들여 쓴 편지와 함께 작은 기념품을 보내온 부형들도 있었다. 고민 끝에 아이들의 일상을 쓴 편지 속에 도서상품권을 넣어 보내는 것으로 스승의 날을 마무리했다.

스승의 날이 왜 문제인가? 5월 15일이라는 날짜가 왜 문제인가? 운영하는 방법이 문제다.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는 게 문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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