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재고를 바라며

2005.06.07 10:18:00

교원평가 제도 개선 방안을 놓고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정부안에 대하여 공식 성명을 내고 이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왜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할 교원들의 다수가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학교 교육의 붕괴, 학업 성적 조작 등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각종 교육 문제의 발생 원인을 교원평가가 잘못되어 일어나는 현상으로 착각하고 있다. 둘째, 교원평가를 너무 단순하고 쉽게 생각하고 있다. 교원평가는 다원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함을 잊어버리고 있다. 셋째, 부적격 교사를 퇴출하기 위하여 당국의 책임은 회피하고 미숙한 가치관을 가진 학생과 비전문가인 학부모의 힘을 동원하여 해결하려고 한다.

교원들이 교원평가 자체를 결코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공평하지 못한 어설픈 평가를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의 개선 방안이 바르다면 이를 환영할 것이 아닌가? 졸속으로 만든 대안이 오히려 부작용은 낳고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경험 많고 유능한 교사들이 버팀목이 되어 있어야 교육 현장이 정년 단축이라는 돌발 사태로 원로 교사를 잃어버린 교육 현장은 구심점을 잃어버렸다. 한꺼번에 교단을 떠난 자리에 경험이 부족한 기간제 교사로 메꾸어 지고 한꺼번에 관리자가 바뀌다 보니 눈치 보기에 바쁘고 견해 차이가 심해 교육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다.

나이 많은 교사 한 사람 대신 젊은 교사 두 사람을 투입하면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결과는 교원 수만 줄어버렸고 1인당 수업 시수만 늘어나 는 결과를 초래하여 현장 교육이 더 어렵게 되어버렸다.

왜 세간에 물의를 빚고 있는 부적격한 교원들을 당국이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가?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며 비양심적인 교원을 교단에 두고서 교육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국은 법에 따른 조속한 조치를 취하고 술수와 요령으로 학생들 앞에 서고 승진까지 하는 관리자가 없도록 하여야 마땅하다.

수업평가는 경험 많은 교사가 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비전문적 학부모와 미숙한 학생들이 평가를 한다면 객관성이 결여되고 신뢰성이 떨어질 것은 뻔하다. 어설픈 평가를 받은 교원에 대한 불이익은 누가 책임지는가?

'전시 수업'에 대한 평가는 배우가 각본에 의해 연기를 하는 것처럼 형식적인 수업에 그치기 쉽고 생명력이 있는 강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때로는 호되게 꾸짖고 벌을 주는 수업이 더 효과가 높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수업평가를 하게 되면ꡐ전시 수업ꡑ모형이 생겨날 것이고 발 빠른 상인들은 상품화된 수업 안을 시중에 판매할 것이고 이를 구입하여 수업을 하여도 알 길이 없고 높은 점수를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학교 수업은 학생들이 원하거나 기분에 맞추어 가는 수업으로 변질되어 버리게 된다.

학생들이 선생님 수업에 대한 평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자가 선생님 수업에 대한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자칫 지금까지의 돈독한 사제지간이나 학부모와의 관계가 불신의 관계로 변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정책 입안자는 교원평가에 대해 본질적이고도 깊이 있는 연구를 하여야 한다. 교원의 양성과정에서부터 임명, 재교육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검토를 한 후에 후회 없는 방안을 내어 놓아야 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와 평가를 동시에 하여야 한다.

바른 교원평가를 하려면 교원의 성장과정, 살아온 경험, 교육관, 지도 능력, 창의성, 성실성, 봉사성, 경력 등을 빠짐없이 평가하여야 한다. 그 보다 우선하여야 할 일은 전 국민이 교육을 보는 의식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교육이 개인의 출세를 위한 막무가내의 경쟁주의에서 벗어나 서로 돕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존의 원리를 깨닫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적격한 교원을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성적 부정, 폭력, 부도덕, 비 양심, 파렴치한 교원을 두고 바른 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교원평가는 심사숙고하여 평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존경받고 있는 교원을 평가의 도마 위에 올리지 말았으면 한다. 운전면허증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매년 주행시험을 보아 재평가를 하려는 법안을 만든다면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할까? 교통 법규를 어긴 사람만 벌하면 될 일이 아닌가.

신상필벌은 교육의 기본이다. 상 받을 사람이 상을 받고 벌 받을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 이 기회에 교원평가에 대한 업그레이드된 연구 방안을 기대하여 본다.
정병렬 포여중,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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