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高) 3은 고(苦) 3인가?

2005.07.02 09:33:00

매월 1일 조회시간에 아이들에게 꼭 해주는 전달사항이 있다. 그건 바로 월중행사이다. 그 달에 있는 행사를 아이들에게 미리 알려줌으로써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심어주자는 의도에서이다.

일년 12개월 중요하지 않는 달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3학년 담임에게 있어 7월은 어느 달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기말고사 채점 및 성적처리, 방학준비, 수시원서작성 등의 해야 할 많은 업무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수시 모집에 따른 아이들과의 진학상담이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진학자료집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인터넷 입시 사이트를 탐색하지만 막연하기만 하다. 현재 나와 있는 1, 2학년 성적을 토대로 하여 대학과 학과를 선정해야 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내신성적, 논술, 심층면접 및 구술 이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학생은 거의 없다. 그래서 맞춤식 상담을 할 수밖에 없다.

수시 모집 2차에 비해 선발인원이 적은 수시 1차에 합격하기란 여간 힘들지가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시 모집 1차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수시 1차는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부 성적이 중요한 반면 수시 2차는 3학년 성적과 최저학력기준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7월 초(7. 5~7. 9)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쉴 틈도 없이 수시 원서(7월 13일부터)를 작성해야 한다. 요즘 고 3은 기말고사와 수시 모집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게다가 밤늦게까지 하는 자율학습으로 지쳐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업 시간에 조는 아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보고 싶지만 왠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아이들에게 대한 나의 무관심이 아니라 배려로 해석하고 싶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얼까? 잠깐의 휴식이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도 않고 오직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면 아이들의 건강은 어떠하겠는가? 망중한(忙中閑)의 마음으로 현명하게 자신을 대처해 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대학에 들어간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 3병이 온 걸까? 그 안타까움에 부모님들이 위로를 해보지만 오히려 짜증을 낸다.

고 3수험생들이여!
‘바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듯 가끔은 하늘 한 번 쳐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라. 그리고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 자세를 갖기를 바란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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