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찾아 온 손님

2005.07.05 11:49:00


반나체로 막 화장을 하고 있는데 한 꼬마가 느닷없이 나타나서 열려진 안방을 기웃거린다. 놀라서 쳐다보니까 "똥 마렵다." 라고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린다.

"학교로 들어가면 되잖아?'
"아직 문 안 열렸어."

나는 그제서야 사태를 알아차리고 일어섰다. 밖을 내다보니 남편이 슬그머니 도망간다.
우리 부부는 단 둘이 학교 관사에서 산다.

"너 1학년이니 유치원이니?"
"유치원."

화장실 변기에 앉히며 물어보니 유치원이란다.

'아휴 골치야, 분명 얘가 밑 닦을 줄도 모를 걸···.?'
"너 밑 닦을 줄 아니?"
"몰라"
"다 누거든, '다눴어요' 라고 하거라"
하고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화장을 서둘러 마쳤다. 그리고는 옷을 입으러 왔다 갔다 하면서 '으응, 으응' 하며 힘 주는 시늉도 해주었다. 저번에 드라마에서 본 '똥 송'도 생각났으나 지금은 시간이 없어 꼬마 옆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다. 내 자식도 아니고 새삼 밑까지 닦아 주려니 아득했지만 어쩌랴! 빨리 마무리 짓고 달려나가야 할 것을······.

키를 찾아 가방옆에 놓고 돌아보니 "다 눴어' 한다. 큰일이다. 애들 밑 닦아준 게 20여 년도 더 됐는데······. 발이 바닥에 닿지도 않은 채 변기에 앉은 꼬마를 내려주려고 하니 귀여운 고추가 매달려 있었다. 번쩍 들어 내려놓고 "엎드려" 하니 군대 온 놈 마냥 잘도 엎드린다.

'아!'

앞에만 이쁜게 아니고 뒷쪽도 예뻤다. 하얀 엉덩이에 변도 예쁘게 보아 묻은 것도 없다. 훔쳐 주고 자근자근 눌러 마무리하고 물을 내리니 황당했던 짜증도 기쁨으로 덮어졌다. 녀석은 노란 가방 메고 노란 장화 신고 유유히 사라졌다. 곧이어 시동걸며 운동장을 내다보니 녀석이 형들하고 어울려 있다.

'학교문을 늦게 열게 뭐람'

게으른 학교를 비웃어 주고 냅다 달렸다. 아침의 5분은 저녁때 한 시간과도 같은 것, 1등으로 출근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늦었다 싶다. 오늘 따라 유치원 선생님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새삼 알겠다. 누군가는 대학교수보다 유치원 교사가 더 어렵다고도 하지 않았는가!

학교마다 수세식 화장실이 들어선 이래 바깥의 화장실이 시나브로 없어졌다. 조립식 이동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가도 실내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야만 하는 불편함도 많다. 우리 학교(옥계초등학교 교장 박명규) 유치원 어떤 녀석은 하교 후 실외에서 실컷 놀다가 바지에 똥을 싸 놓고는 불편하니까 팬티를 벗어버리고 바지만 입은 채 그네를 타고 있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집으로 갈 줄도 모르고 학교로 들어와서 화장실로 갈 줄도 모르고 아무에게나 발견될 때까지 그러고 노는 것이다. 퇴근길에 이를 발견한 유치원 선생님은 씻기고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퇴근했단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다 같이 화장실이 급한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배변은 습관이다. 등교하기전 집에서 보도록 하는 것이 학교생활에 지장이 없다. 초등학교에선 급할 때는 수업시간에도 화장실을 보낸다. 그리고 유치원과 저학년은 화장실 가까이에 교실을 배정하기도 한다. 유치원은 전용화장실이 따로 있기도 하다. 어떤 학교든지 학생이 안심하고 용변을 볼 수 있는 시설이 실외에도 설치되어야겠다.
최홍숙 청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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