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그 해 여름 텃밭에서는…

2005.07.18 12:58:00


지난 5월초 학교 텃밭에 6학년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감자를 심었다. 그때 아이들은 씨감자를 쪼개면서 의아해 했을 것이다. 속살이 드러난 감자를 심으며 이런 모양의 씨감자에서 주렁주렁 달리는 감자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오늘은 바로 그 감자를 캐는 날이다. 토요 자율체험 학습일인만큼 아침부터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리 움직였다.

담임선생님께서 감자 줄기 하나를 잡은 채 쑥 뽑아 올렸다. 땅의 침묵을 깨뜨리는 순간이었다. 알알이 영근 크고 작은 감자들이 모양을 드러내었다. “와---”하는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도 저마다 줄기 하나씩을 움켜잡고 감자를 뽑아 올렸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감격에 찬 소리가 들렸다. 그 가녀린 뿌리털에 달려 있는 감자들이 신기한 듯 뽑아 올린 감자를 보고 또 보고......

수돗가에서 감자를 깨끗이 씻었으니 이제 감자를 삶을 차례다. 5학년 때 감자 삶기를 해 보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설명은 이어진다.

1. 감자는 껍질채 밑이 두꺼운 냄비에 담고 약간의 소금을 뿌린 뒤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이기 시작한다.
2. 감자가 반 이상 익었으면 자작할 정도의 물만 남기고 나머지는 따라낸다.
3. 약한 불에서 수분을 날려가면서 서서히 익혀 감자의 밑면이 노릇하게 되고 속까지 부드럽게 익으면 불에서 내린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자 아주 익숙한 솜씨로 감자 삶기가 진행된다. 씨감자를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뽑고 감자를 캐고 삶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체험한 우리 학교 6학년 어린이들. 이제 그들은 감자의 최후의 순간 바로 사람들에게 먹거리로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 위해 보글보글 끓고 있는 감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감자가 끓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들은 정직한 땅, 그 정직한 땅에서 생산해 내는 식물에 고마움을 느끼며 이 모든 자연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으리라.

감자가 끓을 동안 교감선생님께서는 텃밭 한쪽에 수십 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살구나무에서 살구를 따다가 어린이들에게 주셨다.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농촌도 도시도 아닌 지역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니 이런 일들이 경이롭기 만한 모양이다.

익어가는 감자의 독특한 냄새가 솔솔 나면서 아이들은 더욱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바로 그때 마당 옆을 지나가시던 분이 아이들의 광경을 보면서 가까이 다가오셨다. 본인은 갈매초등학교 30회라고 하시면서 당시의 학창시절을 회상하셨다.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사랑스럽게 보시고 계셨다. 말씀을 하시던 중 마침 감자가 다 익어 먼저 드리니 감격해 하시며 받아서 드신다.

포슬포슬하게 잘 삶긴 감자를 모두 손에 들고 맛있게 먹었다. 텃밭 옆 마당에서 흙냄새와 풀냄새를 맡으며 먹는 감자 맛을 그 어디에다 비길 수 있겠는가?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인 6학년. 그 해 여름 텃밭에서 맛보았던 그 감자의 기억을 평생 간직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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