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열리는 우리 학급 이벤트

2005.07.20 17:00:00


매월 우리 학급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날이 있다. 그 날은 새로운 조나 짝을 바꾸며 모범조를 발표하는 날이다. 한 달 동안 각종 점수를 계산하여 매월 마지막 주에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점수를 많이 받는 경우는, 조별로 협동을 잘 한 경우, 게시판에 친구를 칭찬하는 글을 올린 경우, 부모님께 효도한 일기를 쓴 경우, 독서록을 많이 기록한 경우, 지혜의 글, 지식의 영어 문장을 외운 경우, 청소와 뒷정리를 특별히 잘 한 경우, 발표를 잘하여 담임상장을 받은 경우이며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 경우는 복도에서 소리 지르거나 떠든 경우, 친구를 괴롭힌 경우, 친구를 놀린 경우, 청소와 뒷정리를 제대로 못한 경우, 준비물이나 과제를 해오지 않은 경우, 조별로 협동하지 않거나 전담선생님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은 경우이다.

때로는 점수화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과연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해보지만 3학년 특성에 맞는 것 같아 학기 초부터 이 방법을 적용해 오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하는 이벤트 행사에 함께 참여하기를 무척이나 고대한다. 그리고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일을 열심히 하고자 다짐한다.

이벤트 행사를 추진하는데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교통편이다. 우리 학교의 위치가 지역적으로 교통이 원활하지 못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큰 행사장이나 전시회 등은 모두 원거리에 있거나 교통이 불편하여 이벤트 행사지를 선정할 때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안전성의 문제이다. 아이들의 기분이 상승이 된 상태에서 자칫 위험한 일이 있을 수 있다. 지난 4월 이벤트는 어린이 날 행사를 하는 곳이었다. 거기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진 후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떡볶이를 사주었는데 떡볶이를 먹다가 그만 바지에 쏟는 바람에 후에 계획한 일을 모두 접고 집으로 직행하여 옷을 벗기고 얼음찜질을 하면서 부위를 가라앉힌 다음에 부모님을 찾아가 사과를 하였고, 그 아이가 흘렸던 떡볶이로 차 시트는 온통 고추장 범벅이 되었었다.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은 교사나 어린이들 모두 행사가 많은 토요일 3~5시간을 따로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동기유발을 위해 반드시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나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나의 지혜와 지식을 총동원,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여 이벤트 행사를 진행할 것이다.

지난 5,6월 이벤트 행사는 2개월의 모범조를 합쳐서 했는데 ‘미니올림픽’을 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처럼 진행되었기에 아이들이 매우 흥미 있었나보다. 3주전의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이들이 그 때의 즐거웠던 일들을 자주 얘기하는 것을 듣는다.

다음은 3월 우리 학급 이벤트 행사를 마치고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다.

오늘 아침부터 어머니들께서 정성껏 싸주신 김밥을 들고 돌아다니며 들뜬 아이들이 있었다. 3월 모범조로 뽑혀 ‘육사’ 가는 아이들이다. 토요일이라서 학교업무며 교실 정리정돈 할 것이 왜 그리 많은지 머리를 채 식히기도 전에 4교시가 끝나고 ‘육사’로 향했다.

육사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바로 생도전시관으로 향했다. 전시관 가기 전에 있는 시원한 분수에서 아이들이 발을 뗄 줄 몰랐다. 차에서부터 덥다고 난리더니 시원한 분수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듯했다. 더 놀게 하고 싶었지만 옷이 젖을 까봐 걱정이 되어 분수대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현장학습 데려와 감기라도 걸리면 이것이야말로 득이 아니라 실이 더 많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 들른 생도전시관에는 육사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전시가 되어 있었다. 빛바랜 사진들과 자료들이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었다. 50년 이전부터 육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고개가 절로 숙여진 코너가 있었는데 각종 간첩격투작전 과 6.25전쟁 중에 나라를 위하여 젊은 목숨을 내던진 아까운 생명들의 이름과 사진들 앞에서였다. 그 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니 무척 마음이 아팠다. 강재구 소령의 유품과 사진을 보며 강재구 소령이 어떤 일을 해서 여기에 전시되어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니 그 어린 마음에도 남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고귀한 정신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는 듯 보였다.

육사 생도의 생활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코너가 있어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침대며 컴퓨터 책상이며 응접 세트며 세면대 등이 전시관에 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나보다. 옆에 지나가는 육사 생도에게 하나하나 물어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2002월드컵 때 포르투갈 선수들이 육사에 와서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정에 감격하여 기념품을 남기고 간 것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육사 기념패 등도 있었고 육사생도의 복장이 달라진 역사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전시관을 나와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물관에는 선사시대 물건이 비교적 잘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화살과 총포에 관심이 많아 자꾸만 만져보려고 하였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갑옷의 차이와 공통점을 스스로 찾아보기도 하였다. 몇 명이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에서 무엇을 메모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이 의아해서 무엇을 적고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하였다.

박물관을 나와서 바깥에 전시되어 있는 무기들을 보았다. 바로 옆에 연병장이 보였다. 좁은 학교 운동장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연병장을 보는 순간 잔디언덕을 내려와 연병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마구 뛰어 다녔다. 쫓아다니고 넘어지고.....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육사생도가 다가와 연병장 안에는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부랴부랴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내심 아이들이 그 넓은 연병장을 멋모르고 뛰어 보았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교사란 어쩔 수 없나 보다.

잠시 가족과 떠나서 3월 이벤트 행사로 육사를 갔다 온 아이들이 오늘 부모님 품에 안겨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운전해서 집에 오는 길에 3월 한 달 열심히 생활한 아이들에게 무언가 조그만 보상을 해 주었다는 생각에 한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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