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밤이 두려운 ‘아이’

2005.07.28 11:28:00

세상의 모든 자연은 밝고 뜨겁고 활활 타오르는 태양의 에너지를 받기에 움직일 수 있고, 일 할 수 있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밝은 낮이 활력의 무대라면 어둔 밤은 내일의 삶을 위한 준비이며 휴식이다. 그러기에 어둠은 만물에게 필요한 공간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하다. 편안한 밤을 보내야 건강한 심신을 유지할 수 있다.

제 가슴이 멍들도록 제 손으로 두들기며 한숨을 몰아쉬고 ‘아이고’ 신음소리를 내뱉으면서 침대를 오르락내리락 못 견디는 승일이를 처음으로 본 것이 지난 오월 어느 날이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심한 가슴 통증에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그 이후에도 세 번이나 보았다. 증세가 시작되고 30분 쯤 지난 뒤 안정을 되찾고 편안하게 눈을 붙이곤 했다.

겨우 열 살 난 소년의 가슴 속이 어떻게 생겼기에 방금 전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공부에 열중하던 승일이가 그토록 심한 몸부림을 칠까! 갑자기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답답하면…….

작년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또래들과 잘 어울리며 적당한 운동도 즐기고 표면상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장하면서 점점 증세가 보이지 않게 나빠졌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또래들의 정상 맥박 수는 1분에 70-80회인데 승일이는 50-60회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약간의 활동을 할 때는 비교적 괜찮지만 움직이지 않고 정지 상태일 때 맥박 수는 더욱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기에 밤에 잠을 잘 때는 맥박수가 40회 정도로 줄어 위험 수위에 다다른다고 한다. 세상에 심장이 나빠서 운동을 못한다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운동을 안 하면 심장이 이상 증세를 보인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어둔 밤이면 하루 활동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내일을 위한 꿈나라를 가야할 덴데 승일이는 오히려 밤이 무섭다. 아니 어쩌면 적극적인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는 가정 형편이 어둔 밤 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승일아, 꿈에서라도 열심히 운동을 하여라. 심장이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도록…….’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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