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

2005.09.25 19:37:00

“퇴직 후에 무엇을 하면서 소일을 하시겠습니까?”
“글쎄 등산이나 하면서 건강 관리 해야지요.”
“증권회사 객장에서 주식 연구나 해야겠네.”
“텃밭에서 고추나 상추를 가꾸면서 자연과 벗하겠네.”

40여 년을 오직 교육현장에서 2세 국민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다 정년퇴임을 하시는 원로들께서 하시는 말씀들이다. 그 많은 세월을 교단에서 생활하셨기에 사회생활에서는 아직도 소년들처럼 순진하기만 분들이다. 갑자기 일거리가 없어져 한가하게 생활하다 보면 오히려 건강도 자신감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심신의 변화가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테니스를 배우기에는 너무도 연세가 많다고 생각되는 선생님들이 학교의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특별히 유료 코치에 의해 ‘레슨’을 받지도 않고 동료 교사들의 어설픈 코치를 받으면서 라켓을 들었다. 대부분이 기량이 부족한 그야말로 취미로 땀을 흘리기 위해서 테니스를 했다. 그런지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여섯 분의 선생님들께서 퇴직을 차례로 하셨고, 71세부터 65세까지 모두 다섯 분의 노익장들께서 ‘테니스광’이 되어 하루도 빠짐없이 오후 3시부터 일몰시까지 열심히 운동을 하신다. 여름날 오후 4시, 뜨거운 폭염 때문에 매미들조차 나뭇잎으로 햇빛을 가리고 낮잠을 자는데 구릿빛 노익장들에게는 더위도 없다. 야간 조명등이 없는 운동장이기에 어쩔 수 없이 뙤약볕에서도 치신다. 상호간에 코치가 되어 연습을 하고, 편을 갈라 게임을 하신다.

젊은 사람들은 노 선배님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저러다가 만약 잘못되면 어쩌나, 넘어지기라도 하면, 과격한 동작으로 허리나 다리를 다치시면 등등…….

별명이 ‘에라이’인 농촌에서 많은 농작물을 경작하시는 71세 되신 분, 순간 동작이 너무 날쌔 ‘오토바이’인 68세 되신 분, 용모가 깨끗하시고 여자들과 잘 어울려 ‘이팔청춘’인 66세 되신 분, 느린 듯하지만 공을 치실 때는 매섭게 날카로운 ‘두꺼비’ 같은 65세 되신 분 등 가히 테니스 광이라고 할 만큼 열심히 활동하신다.

게임 중에 비라도 오면 40여 장의 준비된 모포(카페트)로 물을 빨아들이게 하여 코트를 빨리 마르게 한다. 겨울에 밤새 내린 눈을 치울 때도 노익장들께서 제일 먼저 나오셔서 눈을 치운다. 월례대회가 끝난 뒤에도 해 질 때까지 공을 치시는 분들도 바로 이분들이다. 주변에 나는 잡초를 뽑는 일도 바로 이분들께서 하신다. 면이 파이기라도 하면 즉각 보수하신다. 가히 노익장선배님들의 열성과 집념은 후배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놀랄만하다.

이처럼 체력이 좋으신 분들이 너무 부럽다. 과연 내가 저 분들 연세가 되면 저렇게 운동을 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가끔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다리가 당길 때가 많은데……. 오늘의 월례대회에서도 2승1패로 잘 하고 있다가 마지막 게임에서 종아리에 쥐가 나서 게임을 포기했는데…….

퇴직 후 소일거리 중에서 역시 운동 취미생활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건강관리를 할 수 있고, 땀 흘린 뒤 갈증 해소 겸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생명수처럼 심신의 건강을 증진시켜 줄 테니까.

다섯 분의 노익장들이 오래오래 운동하면서 건강하게 사시길 기원한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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