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이래 처음 우리 학교 경사났네

2005.09.27 09:23:00


오후 5시. 선생님들이 퇴근을 준비하려는 듯 교무실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바로 그때였다. 교무실 문을 활짝 열고 교장선생님이 부리나케 들어오셨다. 퇴근을 준비하던 모든 선생님들의 시선이 교장선생님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선생님들을 더욱더 놀라게 한 것은 교장선생님의 첫 마디였다.

“OOO가 카이스트에 합격을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교무실에 있던 모든 선생님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기다렸던 말인가? 작년 2학년 때 한 번의 고배를 마시고 난 뒤, 본인을 비롯하여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을 얼마나 애타게 했던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학업에 매진하여 온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특목고 아이들도 진학하기 힘든 카이스트를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이 합격했다는 사실 하나만 보아도 큰 의미가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과학고에 떨어져 우리 학교에 입학한 제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오늘 합격의 영광이 있기까지 자신의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고 하였다.

사실 제자가 합격하기까지는 부모님의 보이지 않는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 고등학교 연구부장으로 계시는 아버지는 제자를 위해 모든 정보를 입수 분석하여 제자에게 알려주었고, 어머니 또한 제자 뒷바라지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였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 학과 담임선생님의 철저한 지도 또한 제자가 합격을 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였다.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교무실로 내려온 제자의 얼굴 위로 그 어떤 행복감이 묻어났다. 축하를 해주는 선생님들 또한 제자의 그런 모습에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제자를 껴안아 주며 나오려는 기쁨의 눈물을 애써 참으려는 교감선생님의 눈이 어느 새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오늘 제자의 합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으며 축 처진 선생님들의 두 어깨를 일으켜 세워 주기도 하였다. 가끔 교사라는 직업에 환멸을 느낄 때도 있지만 선생님이기에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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