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단상(2)-생애 첫 맞춤복, 교복의 애환

2005.10.14 17:27:00


과거 남학생들은 까까머리에 스탠드칼라와 5개의 황금색 단추가 달린 검정색 교복을, 단발머리 여학생들은 짧고 허리잘록한 상의에 하얗게 풀 먹인 칼라 그리고 무릎을 덮는 스커트를 입었던 40대 이상 기성세대에게 교복은 학창시절을 기억케 하는 아이콘이다.

우리나라 교복의 역사는 최초의 서양식 학교가 설립된 개화기가 그 시작점이었다는 점에서 교복은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시작, 그 표상이었다. 학생이기에 입을 수 있었던 교복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 한 번 입어보는 게 소원 이었다는 사람도 많이 있었듯, 근대화 과정의 교복은 기성세대에게 많은 애환을 담고 있다.

지금은 유명브랜드의 기성복이 오히려 더 개성 있고 고가품이 되었지만 예전에 고급은 모두 맞춤복이었다. 그리고 생애 첫 맞춤복은 당연히 교복이었고 새 교복을 입고 치렀던 중학교 입학식에 대한 설렘 또한 당연히 컸다.

당시 보통 동네 양복점이나 양장점에서 맞췄던 교복을 입는 시기는 몸이 부쩍부쩍 자라는 시기, 부모님들의 주문에 의해 나이를 고려해서 당시의 몸 크기보다 훨씬 넉넉하게 옷을 맞추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보통 입학 후 발목이나 팔목을 한두 번 접어 헐렁하게 입고 다니다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닳아버린 단을 펴서 대개는 단벌로 3년을 버텨야 했는데도 재단사는 왜 그토록 치수를 정확하고 진지하게 쟀는지 알 수 없다.

개화기 이후 착용이 일반화된 교복은 60년대 말 전국적으로 중학교 평준화 시책을 실시하면서 학교의 특성을 없앤다는 명목 하에 두발 제한과 함께 단추, 모자를 포함한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을 전국적으로 통일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의 모든 중․고등학생의 모습까지도 군대처럼 똑같이 통일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때부터 교복은 학생들의 반발 대상이 되어 한 때는 졸업식장에서 교복에 밀가루와 날계란을 던지고 칼로 찢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생활지도에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 후 교복 착용과 두발 제한은 일제의 잔재에 불과하다는 각계의 의견에 따라 80년대 초 학생들의 두발 규제가 완화되고 이전과 같은 강제성은 사라진 교복자율화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과소비, 빈부계층간의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로 교복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가 드높아지고 무엇보다도 생활지도 문제의 발생으로 교육계에서도 그 필요성을 실감함에 따라 학생들에게는 참으로 슬픈 일이겠지만,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교복 착용은 또다시 대세가 된다. 다만 위안이 될만한 것이라면, 이때부터 새로이 등장한 교복들은 이전의 획일적이고 딱딱한 모습과는 달리 학교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전반의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중고교 학교생활에도 많은 자율을 도입했다. 그러나 비록 80년대까지의 '하지마라'식 금지규정이 완화되었고 신분과 소속감 ·유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써 오랫동안 학생의 공식적인 정장의 역할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여전히 교복을 두발규제와 함께 자신들을 부자유하게 얽매고 마치 예비 범죄인이나 사리판단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취급함으로써 개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타도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듯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학교단속을 피하고 멋도 내기 위해 규정에 맞는 ‘교내용’과 변형된 ‘교외용’으로 준비해 따로 입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그들은 교복과 두발 문제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는 것이 마치 구속의 틀 속에서 탈출하여 완전한 자유를 찾는 것으로 여긴다.

종래의 교복이 소속감의 고취 및 학생 통제를 위한 통일성만을 고집하였던데 반해, 이제는 심미성과 기능성을 부가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교복을 입혀야 하는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헌법상 ‘신체의 자유’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두발규제와 함께 결론을 내리기가 그리 쉽지 않다.

과거 한 때는 한 번 입어보는 게 소원 이었다는 교복, 이제는 청소년들을 ‘책임 없고 미성숙한 존재’로 취급하는 상징으로 인식되는 교복이나 두발규제의 자율화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새롭게 재정립되어야 할 차례가 아닌가 한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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