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경험도 소중하다

2005.10.24 13:02:00

지난번 본교(전북 원평초) 4,5,6학년 학생 150여 명은 ‘도시체험’ 현장학습을 했다. 특별히 전북교육청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농촌 초등학생들을 위한 ‘도시체험’ 현장학습이었다. 발달된 도시생활 모습을 직접 견학하고 체험하면서 수준 높은 문화생활의 빈곤 현상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도록 하려는 프로그램이었다. ‘전주’는 비교적 본교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가끔 가족들과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결손가정의 학생들이 20% 정도나 되기 때문에 의도적이고 교육적인 도시체험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왕래에 그친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나 성인들이 아주 즐기는 스포츠의 하나인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로 하였다. 모든 시설이 규격에 맞는 제대로 된 어린이회관 내 스케이트장을 찾았다. 예상보다는 많은 학생들이 잘 타는 편이었다. 처음으로 타보는 학생들도 꽤나 많았다. 휘청거리다가 미끄러지는 학생들의 안전사고가 걱정이 되었다, 뒤뚱거리면서 간신히 손잡이에 의지하면서 한발 한발 걷더니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주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미끄럼을 타는 것이 아닌가! 사전에 기본적인 동작만이라도 가르쳐 주지 않는 체육관 관계자들의 무성의가 불만스러웠지만 어린 학생들이라 신체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기본동작의 사전지도가 없었던 점은 지금도 아쉽다.

한 시간 정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달리는 학생들은 너무 진지하고 너무 즐거운 표정이었다. 세상의 모든 행복을 양손에 쥔 듯했다. 휘청거리다가 넘어지고 넘어졌다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면서 아픈 줄도 모른다.

처음으로 타본다는 한 학생은 너무나 좋아했다. 처음에는 두렵기도 하고 또 넘어지기도 하였지만 제법 타게 되자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인라인’이 시골에까지 보급되어 타는 학생들이 제법 많지만 아직 한 번도 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라인’을 갖고 싶었지만 할머니와 함께 사는 어려운 가정이어서 아쉬운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이었다. 전주 시내에서 근무할 때였다. 고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빙상경기장의 ‘아이스링크’에 갔다. ‘스케이트’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과 함께 ‘안전수칙’과 기본동작인 앞으로 가는 요령 멈추는 요령 등의 교육을 받고 난생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탔었다. 미끄러질 듯 휘청거리면서도 이내 스케이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기쁨은 어른인 나도 무척이나 컸었다. 단 한 번이었지만 내겐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그 뒤로도 자주 찾아가서 스케이팅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아이스링크’를 찾지 않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많은 경험들 속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특기와 적성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적 재능이 부족한 학생에게 피아노 연주만 익히게 한다면 과연 타당할까. 자신의 취미와 소질에 맞는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할 때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올바른 적성을 찾기 위해서는 역시 많은 경험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 비록 단 한 번의 경험일지라도…….

‘도시체험’의 현장 체험학습에서 처음으로 ‘인라인’을 탔던 학생들이 짧은 시간 내에 잘 적응하는 자신의 놀라운 경험으로 정서적으로 순화되고 자신감을 갖게 되며 나아가서는 훌륭한 ‘인라인’선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좋은 경험이 소중하듯이 단 한번의 그릇된 경험도 무시될 수 없다. 좋은 교육 환경과 의도적인 바른 교육이 훌륭하고 참다운 인간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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