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

2005.10.31 14:02:00

철밥통 운운하며 교사들을 마치 시대에 역행하려고 몸부림치는 이들로 다루는 언론을 대하며 이 시대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하지 않음을 느낀다.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맡고 있는 교사로, 불과 교직에 발을 들여 놓은지 만 6년을 넘어선 교사이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몇 년간의 공부 끝에 임용고사에 합격에 현재까지 교사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언론에 일련의 교사평가와 맞물려 터져 나오고 있는 교사 길들이기식 보도에 정말로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과연 내가 이런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잘못했다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교직의 문에 들어서기 위해 몇 년간을 정말로 목숨 걸어 놓고 공부했던 지난 시절이 후회스럽기까지 했다.

최근에 흘러 나오는 교사 죽이기, 혹은 교사 길들이기식 보도는, 다름 아닌 이 시대 교원평가는 당연한 흐름이고, 이는 무능하고 안일한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교사들을 현장에서 쫓아내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닌 것이라 여겨진다.

교원평가 그 실시 의도의 본질은 무엇인가!

교사는 정치와 권력의 장으로부터, 때론 시대가 요구하는 급진적인 사상의 흐름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은 그와는 정반대 모습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실패한 교육정책을 들여와서는 마치 그것이 우리 교육을 구원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인양 설파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분명히 그 실패의 참담함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열린교육과 수행평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열린교육으로 인한 학력 저하, 수행평가의 무분별한 도입과 실시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의 고충…. 하지만 정작 그런 정책의 도입과 실시를 강조한 일부 학자들과 교육행정관료들 중에서 책임을 지려 하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교사들에게 그 책임을 모두 떠 넘기고 있다. 평가는 과연 누가 받아야 한단 말인가.

현 정부에서 실시하려고 하는 교원평가의 모습은 국민의 여론몰이를 통한 인기 영합식 정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교원평가를 통한 사범교육의 황폐화를 절실히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영국은 교사가 없어 외국으로부터 교사를 구해와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고 있다. 과연 우리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모습들을 한 번이라도 연구하고 고민해 봤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교원평가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교원평가가 시대적인 대세로 몰아부치는 일부 여론과 정부의 정책 책임자들은 과연 그 평가의 본질적인 모습을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다.

교원평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교육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 즉 아이들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잣대인 내용을 교사가 실제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현실은 여전히 국가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교사들을 무엇으로 평가하겠다는 말인가.

교장 지시를 잘 따르는 교사, 학생들에게 인기 영합하는 교사, 그리고 동료교사나 학부형들에게 입발림 잘하는 교사를 훌륭하고 능력있는 교사로 볼 것이란 말인가. 교육과정을 제대로 짜고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4년동안의 사범교육으로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전문대학원 중심 체제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과정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교사를 평가할 수 있는 명목과 실리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일부 동료, 학생, 학부모를 동원한 평가 방법으로는 눈치 보기 혹은 아부하는 식의 폐해만 낳을 뿐, 진정으로 정부가 생각하는 역동적인 교육체제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함은 또 한 번의 교육계의 황폐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사 죽이기식 여론몰이 정말 그 입좀 다물었으면!

며칠 전 TV를 통해 ‘교사들은 방학이 넉 달이고, 한 달에 보충수업비가 거의 80만원이 넘고, 그리고 5년만 지나면 교과서도 없이 수업하고…’등등의 내용을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흘려 보내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의 한 교사로서 정말로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아침 7시전에 출근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이어지는 자율학습 감독 때문에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하고, 방학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감독이라는 명목하게 거의 다 반납하고 있는 실정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정말로 분노가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기껏해야 밥 값 받아가면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교사들의 열악한 상황을 생각한다면, 정말로 해도 해도 너무한 소리 같았다. 근거도 없는 저런 내용을 어떤 학교의 어떤 교사가 말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황당하기조차 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교사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만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끼치는 파급력을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로 자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그 도가 때로는 지나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하네. 교사들을 바로 도둑놈 취급하네.”
“맞아요, 우리도 정말로 우리 목소리 좀 내면서 삽시다. 이거 원, 말하지 않고 가만 있으려니까 너무들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교원평가도 평가지만 있지도 않을 일을 꾸며가지고 교사들을 낭떠러지로 몰아붙이는 저런 보도는 정말로 치가 떨립니다.”

문득문득 교사가 되었다는 것이 후회스러울 때가 있다. 정말로 하루하루 아이들과 부딪치며 겪는 일만 해도 벅찬데, 이렇게 외부의 근거없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소화하려 하니 때로는 견디기 힘든 경우도 많다.

이 시대 교사는 이전 시대의 존경과 위엄도 아닌, 그저 하나의 직업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것도 전문인도 아닌 일개 노동자로서 대우받는 것을 교직에 발을 들여놓고 몇 년이 흐르고 난 이후에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직상도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근거 없는 소리로 이 시대, 묵묵하게 아이들과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순수하고 진실한 교사들을 낭떠러지로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원평가를 하던, 무슨 평가를 하던 간에, 정말로 근거없이 교사들을 매도하고 몰아붙이는 일부 언론들의 작태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들의 고충과 아픔을 난도질해서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이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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