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평가, 개선되어야 한다

2005.11.06 21:19:00

해마다 국정감사 시기가 되면 국회의원들의 형식적이고도 무분별한 자료 요청으로 학교 업무가 폭주됨으로써 교사들의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교평가’를 위한 제출 자료를 준비하노라면 국회의원만 나무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 해마다 실시되던 학교평가가 교육여건 개선에 직접적으로 이바지하기보다는 실적 위주의 서류작성, 업무방해 초래 등 본연의 교육활동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판단에 따라 2년 주기로 변경된 바 있다. 하지만 누적된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교사들(특히 부장교사)은 수업부담과 함께 평가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가중되었다.

자체평가(20%), 실적점(10%), 교육청평가(70%)를 합쳐 평가우수학교가 선정되고 사실상 교감, 교장의 인사 관련 평가도 병행되기 때문에 3년마다 치르는 사무감사에 못지않은 중요한 관심사로 인식됨으로써 학교의 ‘자체평가’는 가능한 한 높은 평가치를 부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첨부되는 제출서류가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체평가 지침을 보면 형식적이고도 편의주위적 행정을 엿볼 수 있다. 20개의 평가항목에 대하여 점수를 부여하게 되어 있는데 항목 자체가 해석하기도 힘든 추상적인 질문내용 일색일 뿐 아니라 실천 내용 기록에 대하여 일일이 ‘원본대조필’을 날인한 근거 서류와 사본증명을 첨부해야 한다.

더욱이 기준점에 대하여 만점을 준 항목에 대하여는 별도의 요약서를 제출하도록 됨으로써 실제로 20개의 평가항목에 대하여 5건 정도의 사례만 있다고 가정해도 백여 건의 사례와 별도의 요약서, 그리고 적게는 수백 매, 많게는 천여 매의 첨부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교평가를 대비하여 모든 교육활동에 대한 계획 단계부터 실적까지의 공문, 장부, 실적물 등을 챙겨두거나 이미 지난해의 서류나 장부도 모두 뒤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서를 통한 실적 확인의 평가방식은 장기적인 교육의 질 향상보다는 오히려 단기적이고 실적 위주의 파행적 교육 운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평가의 중요성은 어느 집단이든 마찬가지로 클 수밖에 없다. 학교평가 또한 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으며 자율학교 교육의 자치화 ·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가 수준에서 학교교육의 질을 관리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특히 단위학교의 교육활동 평가와 그로 인한 환류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교 간 선의적인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 수준의 학교평가는 이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 패러다임은 급변하는 사회에 맞추어 수시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의 교육적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단위학교 교육의 자치화, 자율화를 확대하는 추세인데 반하여 작금의 천편일률적인 평가방식과 평가항목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현재의 평가는 그 방법과 내용면에서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우선, 질 좋은 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요소는 과감히 탈피하고 단위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 중요성에도 평가 방법이나 내용이 형식적이고 교육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그 절차 자체가 오히려 교육발전을 저해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평가는 주요 교육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지각하는 구체적인 장애와 문제, 갈등 요소 등을 파악하고 피드백 자료를 확보함으로써 학교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원 체제 구축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일선 학교교육 현실에 대한 종합적 평가 과정을 통해 학교교육에 대한 지역 사회와 학부모의 이해 및 지원을 확대하고, 학교교육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 학교에서 수업을 강조하면서 학습지도안 작성, 학습자료 제작과 같은 형식적 보조 작업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실제 수업은 뒷전으로 빠지고 오히려 수업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는 반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디 학교평가의 방식과 내용이 현장 교육활동의 질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재고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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